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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지리학회지 제54권 제1호 2019(51~69)
평화의 소녀상을 통해 형성된 위안부 기억의 경관과
상징성에 관한 연구
윤지환*
A Study on the Memoryscape of Comfort Women and Symbolic
Signicance of the Statue of Peace
Jihwan Yoon*
* 건국대학교 지리학과 초빙교수(Visiting Assistant Professor, Department of Geography, Konkuk Univers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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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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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지리학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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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 본 연구는 위안부 할머니들의 저항 운동이 소녀상과 만나 발생되는 상징적 의미에 주목하여 다음의 주제
들을 논의하였다. 첫째로, 위안부 할머니들이 사회구조적 억압 속 전쟁 성범죄의 서사를 드러낼 수 없었던 원인
을 분석하고자 하였다. 이는 위안부 역사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반 세기 간 지지부진했던 원인 및 일본대사관 앞
이라는 외교적으로 민감한 공간에서 수요집회라는 형태로 30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저항 운동이 일어났던 배경
을 이해하는 데 기여한다. 둘째로, 위안부 할머니들의 기억이 공간 속 재현의 과정에서 소외되었던 배경을 논의
하고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진행되었던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 건립이 위안부 할머니들의 억압된 기억에 어떤 의
미를 불러일으켰는지를 기억과 관련한 연구들을 통해 논의하였다. 셋째로, 위안부 소녀상은 무형의 트라우마를
시각적이고 물리적인 기억의 경관으로 전환시키면서 위안부 문제에 대한 대중의 정의감과 저항의 움직임을 확
산시킬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볼 수 있는데, 이에 주목하여 본 연구는 위안부 할머니들의 기억이 경관으로
재현될 때 발생할 수 있는 저항의 응집력과 도덕적 공감대가 형성되는 과정을 설명하면서 소외 집단의 저항적 실
천과 기억의 정치에 대한 의의를 발견하고자 하였다.
주요어 : 위안부, 평화의 소녀상, 기억의 경관, 상징적 자산, 장소기반 정치
Abstract : is study examines how the statue of comfort women in front of the Japanese Embassy in Seoul
contributes to forming a public discourse with its symbolic and aective characteristics. Since the indepen-
dence in 1945, former comfort women have gone through traumatic experiences as well as the periods of
sexual slavery during World War II. Even though they were set free from sexual abuses since World War II,
family members and neighbors of former comfort women have had critical views on their experiences within
comfort stations. This indicates that numerous people in Korea have considered former comfort women as
violators of virginity rather than victims of sexual crimes committed by the Japanese army and government.
Taking account of this vulnerable condition for human rights of comfort women, this study focuses on sym-
bolic strengths of the statue of comfort women, which have played an important role in reversing negative
views about sexual crime victims and forging collective aection for former comfort women. In analyzing the
landscape of memory in front of the Japanese Embassy in Seoul, we can be aware of how counter-memory of
marginal groups can be represented within urban space despite the sociocultural vulnerability and utilized
for conducting place-based politics of victims of war crimes.
Key Words :Comfort Women, Statue of Peace, landscape of memory, symbolic capital, place-based politi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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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환
1. 서론
2015년 12월 28일 한일 양국은 극적 타결이라는
수사적 표현과 함께 위안부 문제의 해결을 위한 협상
결과를 발표하였다. 하지만 협상 결과를 접한 위안부
할머니들과 대중들은 해당 문제의 본질적인 해결과
는 동떨어진 과정과 내용에 만족스럽지 못한 여론을
형성하였고 이후 수요집회에는 평소보다 많은 숫자
의 국내외 참가자들이 모여 위안부 할머니들의 요구
에 목소리를 더했다. 한국인뿐만 아니라 위안부 문제
를 인식하고 있던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들까지 참가
하며 집회의 분위기는 12월 28일 한일 일본군 위안부
협상 타결 이전보다 일본 대사관 앞 소녀상을 중심으
로 더욱 달아올랐다.
1992년 1월 8일 이래 매주 수요일 주한 일본 대사
관 앞에서 진행되고 있는 수요집회는 현재까지도 위
안부 역사에 대한 문제 인식을 공유하는 다양한 주체
들을 끌어 모으며 일본 정부에 적절한 사과와 배상을
요구하고 있다. 수요집회의 참석자들은 다양한 발언
들과 함께 소녀상에 대한 독특한 퍼포먼스를 행하며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끌고 있다. 평화의 소녀상은 주
한 일본 대사관을 변함없이 바라보며 차가운 금속 재
질로 덮여 있는 물질적 고정성을 담보하고 있지만 집
회의 참가자들은 소녀상을 살아있는 존재로 여기며
수요집회의 구심점으로 삼고 있다. 겨울에는 목도리
와 털모자, 신발 등을 입히면서 소녀상을 돌보고 있으
며, 2015년 한일 위안부 협상으로 불거진 철거 위협
으로부터 소녀상을 지키기 위해 다양한 시민단체의
운동가들은 길거리에서 천막생활을 불사하며 일본
정부에 끊임없이 정치적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이러한 현상을 바라보며 본 연구는 일본 대사관 앞
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의 경관적 의미와 위안부 저
항운동에서의 효과를 고찰하고자 한다. 소녀상과 관
련하여 우리가 생각해 봐야 할 문제는 위안부의 기억
이 해방 이후 반세기가 넘는 기간 동안 한국 사회에
서 철저히 배제되고 왜곡되어 왔다는 사실이다. 특정
집단의 기억이 공적 담론 영역에서 배제된다는 사실
은 결국 해당 집단에 대한 적절한 담론이 형성되지 않
는다는 의미로 연결되며 이는 그들에 대한 사회적 차
별과 구조적 억압으로 이어지게 된다(Bosco, 2004).
공적 기억과 담론으로부터 배제된 집단에 있어 이와
같은 구조적 취약 조건은 그들을 더욱 사회의 드러나
지 않는 공간으로 몰아세우며 해당 집단의 인간적 존
엄성을 회복시킬 수단을 제거하게 된다(Alderman,
2003). 이러한 측면에서 봤을 때 위안부 기억의 사회
적 배제는 위안부 할머니들이 해방 이후 한국 사회에
서 겪었던 다양한 어려움들의 근본 원인이라 볼 수 있
으며 1991년 김학순 할머니에 의한 일본군 성범죄 경
험의 최초 공개 증언은 이러한 한국 사회의 구조적 장
벽을 마주한 취약 집단의 저항으로 해석될 수 있다.
그리고 그러한 저항의 기반에는 기억을 매개로 한 위
안부 할머니들의 담론 투쟁 역학이 내재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기억을 매개로 한 투쟁에 있어 각 집단들은 자신들
의 기억을 효과적으로 드러내기 위해 공간적 요소를
활용한다(Dwyer and Alderman, 2008a). 공간은 우
리의 일상을 영위하기 위한 요소이며 물질적 항상성
(constancy)을 담보하기 때문에 무형의 기억이 시각
적으로 재현되는 과정에 있어 늘 함께하는 모습을 유
지해 왔다(Till, 2012a, 7). 이러한 공간의 물질성, 시
각성, 항상성은 사회 집단들이 자신들의 기억을 재현
하는 데 있어 공간을 필수적 요소로 고려해 왔던 원인
이 되었으며 공간을 매개로 기억 재현의 주도권을 향
한 투쟁은 역사적으로 빈번히 발견되어 왔다. 2011년
12월 4일 수요집회 1000회째를 맞아 일본 대사관 앞
에 세워진 평화의 소녀상은 이러한 기억의 공간적 재
현 차원에서 이해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위안부 할머
니들과 관련 사회단체들은 위안부 문제 해결에 대한
사회정치적 논의를 형성하였다고 볼 수 있다.
그동안 수행된 위안부 연구는 주로 전쟁 성범죄의
진실에 대한 역사적·사법적 측면(김희강, 2010; 도
시환, 2008; 조시현, 2014)과 위안부 저항 운동의 정
치적 전개 양상(김명희, 2018; 김정란, 2006; 문소정,
2014; 최명숙, 2012) 및 포스트식민주의에 입각한 구
조적 차별의 원인들(이나영, 2010; 후루하시, 2017)
에 대해 페미니스트 시각을 중심으로 초점이 맞춰졌
다. 이러한 연구들은 위안부 문제의 법적 책임에 소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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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의 소녀상을 통해 형성된 위안부 기억의 경관과 상징성에 관한 연구
적인 태도로 일관해 온 일본 정부의 입장에 저항할 수
있는 기제를 마련함과 동시에 위안부 문제가 가지고
있는 본질의 중심을 유지시키는 데 기여해왔다.
하지만 위안부 저항 운동의 주요 동력이자 위안부
이슈를 공론화시키는 데 있어 중심적인 역할을 담당
해 온 수요집회 및 주한일본대사관 앞 공간에 대해 지
리학적 접근이 활성화되지 못했던 것은 위안부 연구
의 아쉬운 부분으로 거론될 수 있다. 기존 지리학 영
역에서의 수요집회 및 위안부 저항의 공간에 대한 접
근은 정희선(2013)의 연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이
연구는 기존의 위안부 연구 영역에서 부족했던 저항
공간에 대한 관점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성
과를 보여주었다. 정희선(2013)은 주한일본대사관 앞
수요집회로 인해 생산되는 위안부 저항의 공간을 르
페브르(Lefebvre, 1991a)의 공간생산(production of
space) 관점을 토대로 분석하였다. 이에 따르면 주한
일본대사관 앞은 사회 권력의 장벽이 견고히 쌓인 공
간이자 사회적 메시지 생산의 파급력이 극대화될 수
있는 양면성을 지닌 공간이다. 이러한 상반된 공간적
특성은 위안부 이슈를 둘러싼 다양한 이해 집단들 간
의 공간 투쟁을 불러일으켰으며 그 과정에서 주한일
본대사관 앞에 건립된 평화의 소녀상은 위안부 저항
공간의 상징성을 극대화시킨 계기를 마련했다(정희
선, 2013). 수요집회와 소녀상의 사회문화적 의미를
파고든 정희선(2013)의 연구는 위안부 저항 운동을
분석하는 데 있어 지리학적 기여를 이뤘다고 볼 수 있
으나 소녀상을 매개로 한 저항 공간의 생산에 있어 중
요 요소로 거론되어야 할 공공 기억(public memory)
및 경관 논의 부재, 필드 조사 자료 분석의 전무, 2차
자료 의존에 따른 공간의 제한적 해석 등 연구의 한계
또한 명확히 지니고 있다. 본 연구는 기존 위안부 저
항 공간의 지리학 연구가 지니고 있던 이러한 한계를
인지하며 다음과 같은 사항에 초점을 맞추려 한다.
위안부 소녀상을 둘러싼 기억의 경관 형성 과정은
다음의 주제들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며, 본 연구는 이
러한 주제들로부터 비롯된 위안부 소녀상의 정치적,
사회적, 공간적 함의를 찾으려 한다. 첫 번째로, 위안
부 할머니들이 마주했던 전쟁 성범죄 역사에 대한 사
회의 왜곡된 시선을 이해하고 해방 이후 한국 사회가
가지고 있었던 구조적 특성과 문화적 배경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이에 대한 논의는 반세기 간 이어진 위
안부 할머니들의 배제 및 소외 현상의 본질과 위안부
기억이 사회구조적 담론 속에서 혹은 공간적 차원에
서 드러나지 않았던 원인을 이해하는 데 필요하다.
두 번째 논의는 첫 번째 주제와 연결하여 위안부
기억이 도시 공간 속 식민시대 역사를 재현하는 작업
들로부터 배제되었던 현상과, 위안부 기억의 공간적
재현이 구조적 억압을 극복하고 도시 공간에 침투하
였던 과정에 대해 조명하고자 한다. 이는 도시 공간에
서 각 집단들의 권력 구조에 의해 배열되었던 기억의
차별적 재현이 취약 집단의 사회 운동에 어떠한 영향
을 주었으며 이에 대해 소외된 주체들이 취할 수 있는
저항의 움직임에는 어떤 방향성이 제시될 수 있는 지
를 이해하는 데에 의의가 있다.
본 연구의 세 번째 논의는 소녀상을 비롯한 기억의
공간이 전쟁 성범죄로부터 형성된 집단적 트라우마
를 치유하는 데 있어 어떤 함의를 내포하고 있는가와
관계된다. 집단적으로 형성된 트라우마와 상처는 그
에 대한 타자들의 적절한 인식이 수반될 때 치유될 수
있다(Honneth, 1996). 트라우마에 대한 타자들의 인
식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공간은 타 집단의 기억을 효
과적으로 전달하는 수단으로 기능할 수 있으며 이 과
정을 통해 타자들은 해당 집단이 가지는 상처의 본질
적 측면을 공감하게 된다(Till, 2012b). 기억의 공간
이 가지는 공감 유발 효과는 위안부 할머니들의 저항
운동에 있어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고 볼 수 있다.
본 연구의 조사는 2015년 12월 30일 이래로 수
행된 수요집회 참가자들과의 인터뷰와 추가적으로
2017년 12월 13일부터 2018년 1월 10일에 걸쳐 위
안부 소녀상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 시민단체 회
원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진행되었다. 이를 통해 일본
대사관 앞 소녀상이라는 공간적 특수성을 중심으로
위안부 집회를 전개하는 시민운동가들의 집단적 공
감 영역에 대해 확인할 수 있었으며, 소녀상 기억의
공간으로 비롯된 위안부 문제의 대중 인식이 저항 운
동을 추진하는 데 있어 어떠한 추진력을 발휘할 수 있
는지를 이해할 수 있었다. 인터뷰는 반구조적(semi-
structured) 형태로 자유롭게 진행되었으며 녹음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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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환
파일과 전사된 녹취문은 비밀번호로 보안 처리된 유
에스비(USB) 저장 장치에 보관되었다.
제2차 세계대전 기간 지속된 성범죄 경험의 증언
과 해방 이후 겪었던 사회구조적 억압에 대한 위안
부 할머니들의 진술은 (사)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
회(이하 정대협)에 의해 정리된 4편의 증언집을 통해
수집되었다(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1993, 1997,
1999, 2001). 위안부 할머니들은 해방 이후 63년이
흐른 현재 소수만이 생존해 있으며 생존해 있는 할머
니들마저도 정신적·신체적 쇠약함으로 인해 인터뷰
를 진행하는 데 무리가 있다. 위안부 할머니들의 증
언은 90년대 김학순 할머니에 의한 최초 공개 증언이
있었던 이래로 정대협 및 관련 연구 단체들의 활동에
의해 활발히 출판되었으므로 본 연구에서는 이러한
자료들을 활용하는 것으로 대체하였다.
2. 상징적 자산으로서의 기억의 경관에
대한 이론적 사유
기억은 대개 과거를 되새기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특정 사건에 대한 이미지 및 인상으로 형성된다. 비
록 과거의 사건이 기억을 이루는 주된 매개물로 작용
하지만 기억은 비단 과거의 차원에서만 머무는 존재
라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 이와 관련하여 Lowenthal
(1985, 210)은 “기억의 주된 기능은
…
과거를 보존하
기보다는 그의 적절한 차용을 통해 현실을 풍요롭게
하거나 조작하는 데 있다”라고 진술한 데에서 기억의
현재적 쓰임을 확인할 수 있다. 현재의 문제와 관련
하여 기억을 사용하는 행위는 필연적으로 특정 사건
의 선택과 재현 및 강조의 과정을 동반하며 이 과정에
서 집단 간의 상이한 이해관계는 사회적 갈등을 불러
일으키는 요소로도 작용한다(Alderman, 2002, 104).
기억은 개인적 영역뿐 아니라 시·공간적 파급력의
확산을통해사회구성원및집단들간공유되는성질을담
보하게되는데(Rose-Redwood
et al
., 2008), 공유
되는 과정속에서 기억은 특정 집단이 가지고 있는 가
치관 및 이데올로기와 결합되어 정치적 행위의 명분
및 당위성을 제공하기도 한다(Loader and Mulcahy,
2003; Onken, 2007).
기억에 내재된 정치적 속성은 사회·인류학의 연
구들로 하여금 다양한 사례 분석을 유도한 측면이 있
지만 그에 대한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측면에 대해서
는 지리학적 관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리학은 기
억과 정치 영역의 관계에 있어 공간의 역할과 개입
에 관심을 둔다(Dwyer, 2000; Osborne, 2001; Till,
2005). 공간은 일상 생활을 구현하는 데 있어 원초적
인 물질 바탕을 제공하며 인간 내면과의 끊임없는 상
호작용을 통해 영적인 의미를 갖춰가는 존재이기도
하다(Tuan, 1977). 공간과 일상 생활의 밀착성은 인
간의 사상적인 측면이 물질적이고 시각적인 차원의
공간으로 꾸준히 드러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조
건이 되기도 한다. 공간에 투영된 인간의 내적 세계는
공간의 장소적 의미를 생산하는 근거가 되기도 하며
이러한 과정을 통해 공간은 인간의 사상적 기반을 끊
임없이 자극하는 주된 요소로 자리매김한다. 이는 사
회적 담론 형성과 정치적 메시지 생산에 있어 공간이
가진 능동적 역할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며 공
간이 단순히 인간의 활동에 의해 수동적 반응만을 일
으키는 존재가 아님을 암시한다(Mitchell, 2003). 사
회 집단의 정치적 행위에 있어 공간의 영향은 담론 생
산의 층위가 보다 다양해지는 결과를 불러일으킨다
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정치적 행위의 명분과 당위성을 확립하기 위한 담
론의 중요성은 사회학 분야에서 다양한 논의를 거쳐
인식되고 있는 사항이다(Little and Painter, 1995;
Wcever, 2005; Weiss and Wodak, 2003). 담론은
사회적 이슈와 관련하여 화자들이 생산하는 다양
한 텍스트들이 집단적으로 결합하여 형성되며 이러
한 집합적 언사들은 인간의 해석학적 틀과 사고체계
를 구성한다고 볼 수 있다(이기형, 2006; Barker and
Galasiński, 2001; Jørgensen and Phillips, 2002). 담
론 생산을 통해 사회 구성원들은 자신들의 행위와 가
치판단의 기준을 설정하며 집합적으로 형성된 구조
적 행위의 틀과 함께 사회가 추구하는 정치·경제·문
화적 흐름을 주도한다. 담론이 생산되는 과정에 대해
푸코(1980a)는 불평등한 권력 체계의 모순을 언급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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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의 소녀상을 통해 형성된 위안부 기억의 경관과 상징성에 관한 연구
며 현대 사회의 담론 생산 시스템이 가지고 있는 엘리
트주의적 편향성에 대해 비판적으로 접근한다. 과학
적 지식 체계가 발달하면서 사회적 담론은 보다 객관
적이고 권위적인 참조사항에 의존하는 경향을 심화
시키며 이러한 현상은 사회의 지배 계급과 전문적 지
식 생산 집단에 의해 주도된다(Dittmer, 2010, 279).
구조주의적 시각을 가진 사회학자들은 지식 체계의
지배력 강화와 대중적 무의식 세계에 이식되는 지배
계급 이데올로기의 원인을 언어적 기반에 근거한 담
론 생산 체계로 돌리며, 이는 지배 계급의 헤게모니가
집단의 일상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원인이 된다고
본다(Gramsci, 1992; Lees, 2004; Waitt, 2010).
전문적 지식 체계의 텍스트 의존은 인간의 감각적
이고 정서적인 측면에 의한 담론 생산 영역을 축소시
키며 이는 집단 간 정치력의 불균등 심화로 이어진다
(Foucault, 1980b). 단순하고 일원화된 담론 생산 체
계는 현상의 해석적 기반을 왜곡시키며 다양한 사회
주체들의 실질적 관점 및 서사를 드러내는 데 한계를
보인다. 하지만 권력 체계의 불균형과 그로부터 비롯
된 담론적 왜곡은 역설적이게도 텍스트 중심의 지식
생산 체계에 제한적인 접근성을 가진 소외 집단으로
하여금 보다 감각적이고 물질적인 영역에 의존하는
대체 수단을 개척하도록 유도한다(Simonsen, 2005).
텍스트 위주의 담론 영역에 대한 반작용은 보다 다
양한 수단을 활용한 정치 행위 수단을 이끌어내는데,
공간이 가진 일상성과 물질성은 그러한 반동 흐름에
의한 담론 생산의 주된 요소로 활용된다(Lefebvre,
1991a; McCann, 1999). 공간의 형태적 특징은 주체
들의 상상력과 체험적 영역을 자극하며 담론 생산이
보다 원초적이고 직관적인 차원과 연결될 수 있도록
한다(Elden, 2007). 공간을 매개로 한 인간의 체험과
기억의 형성은 대개 일정 기간 수면 아래 잠재되어 있
지만 특정한 계기의 출현과 함께 소외 집단의 서사가
폭발적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기여한다(Pile, 2013).
여기서 언급된 특정한 계기는 경관의 형성과 강한
관련성을 가진다(Dwyer, 2000; Lowenthal, 1975;
Marschall, 2010).
제한된 담론 생산 수단을 만회하기 위한 소외 집단
의 노력은 공간과 같은 물질적 요소와 결합되어 자신
들의 서사에 상징적 의미를 부여하게 되는데 이 과정
에서 그들의 기억은 새로운 스케일을 창출하며 확산
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Alderman, 2003). 스케일
의 생산은 담론 및 서사의 보급과 확산을 추구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며 이의 성공적인 작
업은 사회 집단이 정치적 행위의 기반을 마련하는 데
있어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한다(Herod, 1991). 각각
의 공간은 저마다 지니고 있는 장소적·맥락적 특징
들에 따라 서로 다른 스케일 및 담론 전파 범위를 가
지게 되는데(Alderman, 2003), 이에 따라 사회 집단
들은 자신들의 서사를 경관으로 드러내고자 하는 데
있어 전략적으로 접근한다(Bosco, 2004, 382). 과거
의 이야기가 가진 뉘앙스와 함축적 의미가 보다 넓은
범위로 증폭되기 위해서는 장소 자체에 갖춰진 상징
성을 고려해야 하는데 대개 이러한 조건을 가진 공간
은 사회 집단들의 이해 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곳이며
집단들 간의 갈등이 집중되는 곳이다(Till, 2003). 이
러한 진통을 무릅쓰고 차지한 공간에서의 기억을 재
현하는 작업은 많은 난관을 극복해야 하는 일이기도
하지만(Dwyer, 2000; Schein, 1997), 기억의 스케일
을 보다 광범위하고 다층적으로 창출하는 측면에서
보자면 이는 꽤나 가치 있는 작업으로 여겨질 수 있
다. 특히나 도시는 시간이 흐르면서 다양한 주체에 얽
힌 사건들의 흔적이 중첩되며, 일정 기간 묻혀진 기억
이 재현되는 작업은 공간의 주목도와 결합하여 스케
일의 확산을 이끌어내기도 한다(Till, 2012a).
장소적 의미가 내포된 공간 고유의 맥락과 스토리
의 결합은 경관을 이루는 강력한 토대가 되며 특정 집
단의 기억은 경관의 상징성을 통해 보다 많은 주체
와 세대에 퍼져나간다. 기억은 장소라는 물질적 요소
를 기반으로 대중들에게 전달되는 특성을 가지고 있
으며(전종한, 2009, 780), 장소에 담긴 기억의 상징성
에 주목하는 다양한 사회집단들은 자신들의 이야기
가 효과적으로 전파될 수 있도록 다양한 수단을 동원
하여 경관을 조직하기 위해 노력한다(김대호, 2015).
특히 담론 생산의 주변부에 머무는 소외 집단에게 있
어 경관은 그들의 기억이 사회에서 공론화될 수 있게
해주는 통로의 역할을 수행하며 담론 영역에서 부족
한 지분을 상당 부분 보강할 수 있게 해준다(Dwy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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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환
and Alderman, 2008b). 경관을 통해 사회문화적으
로 공유된 기억은 소외집단의 경험이 단순히 그들만
의 과거가 아닌 현시대의 주요 사안들과 강하게 연관
되어 있음을 설파하며 사회구성원들로 하여금 잊혀
진 기억의 현재성을 논의하도록 유도한다. 기억을 매
개로 한 경관의 조성은 또한 해당 집단의 사회적 정체
성을 조직하는 데에 기여하면서 자신들이 행해야 할
정치적 방향성을 규정짓는 것과 정치 행위의 정당성
을 확보하는 역할 또한 감당한다(한지은, 2014).
소외집단의 기억이 가진 상징성을 극대화하는 경
관은 그동안 부진했던 해당 주체들의 인권 논의를 환
기시킨다는 점에서 무형의 가치를 불러일으키며 일
반적인 형태와는 다른 사회적 자산을 형성시킨다.
Bourdieu(2011)에 의하면 사회가 지닌 자산(capital)
은 경제적 형태 너머의 다양한 영역에 존재하며 흔
히 뚜렷한 실체가 없을 것으로 여겨지는 문화적 테두
리나 사회 운동의 범주조차 다채로운 형태의 사회적
자산을 끊임없이 생산한다고 본다. 일정 형태의 자산
으로 인식되기 위해서는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
적으로 고려해야 하는데 경관을 통해 형성되는 공공
의 기억은 비록 수치로 표현되기 어려운 부분이 있지
만 특정 과거 및 서사를 묘사하는 과정 속에서 정체성
확립, 사회적 지위 신장, 문화 유산 보존 등의 효과를
불러일으킨다는 점에서 자산의 한 형태로 볼 수 있다
(Duncan and Duncan, 2001; Mitchell
et al
., 2001).
기억을 불러일으키는 경관은 특정 집단의 서사
에 대한 재평가를 유도함과 동시에 그들의 정치활동
에 대한 명분을 뒷받침한다. 이러한 목적을 만족시키
기 위한 경관은 대중 속에 공유되어 있는 공통된 인
식을 적절히 자극시킬 수 있는 상징성을 내포해야 한
다(Leib, 2002). 경관이 지닌 상징성을 통해 소외집단
이 겪은 트라우마는 대중들에게 공감할 수 있는 공공
의 기억으로 확산될 수 있으며 이 과정에서 그들의 상
처는 사회적 논의를 통해 치유와 돌봄의 대상이 된다
(Till, 2012a). 소외된 주체들의 억압된 과거는 대중들
의 적절한 인식이 뒤따르지 않을 때 사회 속에서 배제
되기 쉬우며 기억의 사회적 배제가 심화될수록 그들
의 인권 문제와 정치적 행위의 근거는 공적 논의 속에
서 자리를 잃게 된다(Honneth, 1996). 이를 극복하
기 위해 배제의 경험을 가진 주체들은 공간 속에 자신
들의 기억을 상징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방법을 전략
적으로 모색하게 된다.
트라우마가 경관을 통해 상징적 자산으로 거듭나
기 위해서는 재현의 방식 속에 미적인(aesthetic) 영
역의 개입을 필요로 하게 된다(Till, 2008, 104). 기억
의 재현은 공간에 내재된 장소적 특징들을 주체적인
방식으로 해석하는 과정이 선행되어야 하며 이를 바
탕으로 공간이 가진 주변적 요소와 적절히 어울릴 수
있는 경관적 요소를 조성해야 한다. 이는 소외집단의
기억에 호의적이지 않은 정치적 엘리트 집단 및 기존
의 공간 조직 방식에 대응할 수 있는 전략적 재현과
연결되며 주체들의 해석에 따른 새로운 공간을 생산
할 여지를 마련하게 된다(Lefebvre, 1991a). 배제된
기억을 통한 소외 집단의 경관 생산 작업은 그들의 사
회적 지위와 인권을 회복하는 움직임과 함께 이해되
어야 하며 사회 집단의 정치적 입지를 확보하는 상징
적 자산으로서의 역할을 담당한다.
지금까지 살펴본 상징적 자산으로서의 기억의 경
관 개념은 일본 대사관 앞 수요집회의 구심점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위안부 소녀상의 유래와 사회적 의미
를 이해하는 데 기여한다. 위안부 할머니들의 기억은
90년대 이전까지 공적인 논의의 대상에서 완전히 배
제된 채 한국 사회에서 반 세기 간 잊혀진 세월을 겪
었다. 김학순 할머니의 첫 공개 증언과 20년 간 매주
진행된 수요집회의 토대 위에 수면 위로 드러난 위안
부 트라우마는 상징적 경관의 요소와 함께 대중의 역
사 인식을 형성했다. 본 연구는 위안부의 기억이 공간
적으로 드러났던 과정과 소녀상이 가진 위안부 운동
에서의 상징적 역할을 논의하기에 앞서 해방 이후 반
세기 간 한국 사회에서 위안부 기억이 잊혀졌던 구조
적 원인과 배경에 대해 언급하도록 하겠다.
3. 위안부 기억의 왜곡과 구조적 억압
기억의 경관은 다양한 주체들에 의해 형성된다. 특
히 수많은 형태로 형성되는 도시 공간 속 기억의 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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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의 소녀상을 통해 형성된 위안부 기억의 경관과 상징성에 관한 연구
관은 각 사회 집단들이 가진 상이한 권력 차이에 의해
대중에 대한 노출의 정도가 결정되곤 한다(Inwood,
2010). 집단 간 차별적으로 배분되는 사회적 권력은
사실 기억의 경관 너머로 본질적이고 구조적인 토대
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그러한 구조적 시스템에 의해
형성되는 경관은 바로 사회 권력의 물질적 배열이며
집단 간 권력의 차이를 재생산하는 능동적 도구로 작
용하기 때문이다(Nash, 1996). 역사적으로 권력을 매
개로 한 사회 통치 시스템은 집단의 가치관과 지식의
구성에 있어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수단으로 활
용되어 왔다(Foucault, 1980a). 우리가 공간을 사유
하는 데 있어 이러한 불균등 권력 구조 및 지식 생산
시스템을 고려하는 것은 바로 이 두 가지 차원의 영역
이 서로 긴밀한 관계 속에 영향을 주고받기 때문이다.
위안부의 기억이 오랜 시간 대중들 사이에서 거론
되지 못하며 공간 속 재현의 차원에서도 철저히 배
제되어 왔던 과거는 바로 한국 사회 내부의 권력 구
조 및 지식 생산 시스템과 무관하지 않다. 한국의 교
육 시스템에서 위안부의 기억은 주변적으로 묘사되
며 일본 식민 역사의 기억은 남성적, 영웅적, 정치
적 인물들을 조명하는 데 대부분을 할애한다(이영선,
2004). 이는 위안부를 비롯한 여성의 사회적 위치가
일본 식민 시대 및 해방 이후에도 취약한 상태에 머물
러 있었음에 기인하며 이러한 젠더별 불균등 권력 구
조는 기타 다양한 사회문화적 요소들과 결합하여 위
안부 여성들을 억압하는 요소로 작용했다. 여기서 언
급된 사회문화적 요소들은 위안부 여성들이 가지고
있었던 젠더적인 특성뿐 아니라 그들이 처했던 열악
한 경제적, 교육적, 계급적, 정치적 여건들이 복합적
으로 작용한 결과로 이해될 수 있다(Min, 2003). 일
본 식민 시대와 해방 이후 사회경제적으로 가장 취약
하고 주변적 위치에 머물러 있던 위안부 여성들은 한
국 사회의 어떤 영역에서도 보호 받지 못한 채 그들
의 피해 사실 부분마저도 적절한 방식으로 대중들 사
이에서 인식되지 못하였다. 오히려 상대적으로 여성
들에게만 강요된 한국 사회의 전통적 성규범으로 인
하여 고국으로 돌아온 이후 위안부 여성들에겐 주변
의 따가운 시선과 인신공격이 기다리고 있었다(Min,
2003) 위안부 여성들이 견뎌야만 했던 일본군 내부
의 성범죄는 주변의 가족과 이웃들의 관점에 있어 전
혀 다른 경험으로 받아들여졌고 이는 곧 위안부 여성
들을 ‘일본군과 놀다 온 여자들’로 둔갑시키는 결과를
초래하였다(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1993). 이러
한 한국 사회 내부의 불평등한 성규범과 위안부 기억
에 대한 왜곡된 시선은 위안부 할머니들을 사회적으
로 더욱 위축되게 만들었으며 자신들의 성범죄 피해
에 대한 증언을 수 십 년 간 보류하게 만든 원인으로
작용하였다.
위안부 할머니들의 공개 증언이 해방 이후 46년이
지난 시점에서야 시작되었다는 사실은 위안부 할머
니들의 복합적 취약성과 더불어 포스트식민주의 관
점에 의해 설명된 한반도 주변의 정치적 상황이 종합
적으로 고려되었을 때 이해될 수 있다. 해방 이후 한
국은 소련의 지원을 받은 공산주의 진영과 미국의 영
향을 받은 자유민주주의 진영의 대립 속에서 불안정
한 정치 상황을 이어가고 있었다. 한국 전쟁이라는 극
심한 대립 이후 일본 식민시대에 대한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은 일본을 중심으로 한
동아시아 정치 질서의 안정을 꾀하려 하였다. 이 과정
에서 한국과 일본은 1965년 한일기본조약을 통해 국
교정상화를 이뤘지만 국가 간 외교관계의 회복을 논
하는 자리에서 전쟁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의 문제는
주변적인 문제로 치부되었다(후루하시, 2017). 이와
관련하여 포스트식민주의 관점은 전쟁 이후 여전히
백인 남성·서구 중심의 정치관에 의해 지배되는 세
계 질서에 비판적으로 접근하며 이로 비롯된 모순이
전쟁피해자들을 비롯한 취약 계층이 겪는 사회적 배
제와 억압의 원인이 된다고 보았다(Bhabha, 2012).
해방 이후 한반도 주변의 정치적 환경과 더불어 위
안부 문제의 이해는 사회적 인식과 집단적 도덕성
(morality)의 문제와도 연결되어 있다. 분명 위안부
할머니들의 위안소 경험은 현대적 관점에서 보자면
누구나 인정하는 전쟁 범죄의 피해 사실이지만 해방
직후 한국 사회는 그들의 피해 여부를 공감할만한 인
식 수준이 형성되지 못하였다. 취약 집단의 기억이나
경험을 본질 그대로 대중들에게 인식시키기 위해서
는 일정 수준의 집단적 도덕성이 사회 구조 내부에서
형성되어야 한다(Honneth, 1992). 이는 곧 특정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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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환
단의 아픔이나 상처에 대한 사회적 공감 능력으로 이
어지게 되며 바로 이러한 대중적 공감대의 형성은 소
외 집단의 기억을 수면위로 떠오르게 만드는 요소로
작용하는 것이다. 만일 상처와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
는 집단이 대중들의 인식 수준을 바라봤을 때 자신들
의 아픔을 이해할만한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고 판단
하면 해당 집단은 왜곡된 대중들의 관점으로부터 스
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더욱 본인들의 기억을 숨기려
한다(Honneth, 1992).
일정 수준의 성숙도에 도달하지 못한 대중의 도덕
성은 그것 자체로도 문제가 되지만 더욱 심각한 결
과를 초래하는 것은 그러한 왜곡된 대중적 시선이 트
라우마를 가진 집단에게 있어 사회 운동을 일으키는
데 필요한 정체성을 파괴시킨다는 데 있다(Calhoun,
1991, 1994). 위안소에서의 지속적 성범죄에 노출
되었던 위안부 할머니들은 이미 본인들 스스로가 겪
었던 심각한 트라우마 속에서 자존감의 파괴를 경험
하였다. 이러한 조건으로부터 훼손된 자존감을 회복
하고 사회 전면에 자신들의 이야기를 펼치기 위해서
는 스스로 피해자라는 분명한 인식과 함께 본인들의
경험을 전달함으로써 의미 있는 일에 기여한다는 자
기 존중(self-respect)이 동반되어야 한다(Campbell
and Oliver, 2013; Honneth, 1996).
하지만 피해 사실로부터 비롯된 정신적 외상은 그
들 내부적으로 자존감을 유지하기 어렵게 만드는 불
안정성을 야기한다. 이는 외부의 정서적 공격이나 비
판이 가해질 경우 쉽게 무너질 수밖에 없는 정신적 취
약성을 의미하는 것이다(Higgins
et al
., 1986).
정대협에 신고하기 전에 여동생에게 먼저 물어봤
지. 근데 제발 내 조카들을 봐서라도 그러지 말라
는 거야. 몇날 며칠을 고민 끝에 정대협에 전화했
어
…
그 후로 다시는 날 찾지 않더라구. (한국정신
대문제대책협의회, 1997, p.98)
위 증언에서 드러나듯이 위안부 할머니들은 위안
소의 기억이 가족을 비롯한 주변 사람들에게 전해질
때마다 공감의 부족에서 오는 좌절을 경험하게 되었
고 이는 대외적인 저항 운동과 증언 활동 등에 필요한
자기 존중의 결여로 이어지게 되었다. 실제로 용기를
가지고 초창기 수요집회에 참여했던 위안부 할머니
들은 지나가는 사람들로부터 받았던 조롱과 멸시로
인해 수요집회 참여를 포기하기도 하였다.
95년에서 96년이었던 것 같은데
…
할머니들이 시
위를 하시는 동안 그때 지나가던 사람들은 지금과
는 다른 식으로 쳐다봤어요. 종종 그 사람들은 할
머니들에게 화를 내고 욕을 쏟기도 했구요
…
어
떤 사람들은 혀를 차면서 “으이구 늙은이들”이라
고 조롱하기도 했죠. “또 뭐야? 늙은이들이 돈만
밝히네.”라는 말이 들리면 매주 시위에 오셨던 할
머니들은 부끄러움에 고개를 떨구시기도 했어요.
(정대협 간사 A와의 인터뷰, 2015. 12. 28.)
정대협 간사와의 인터뷰는 우리 사회의 깊은 곳에
자리했던 위안부 기억에 대한 왜곡된 시선이 수요집
회에 참여하는 할머니들의 저항 동력을 떨어뜨리고
더 나아가서는 사회 운동에 필요한 자기 존중과 자긍
심을 무너뜨렸다는 사실을 확인해주었다. 이는 단순
히 위안부 할머니들의 개인적, 내면적, 감정적 차원에
서만 머무르는 문제가 아닌 한국 사회가 지닌 구조적
모순이 위안부 할머니들에 대한 인식의 왜곡과 저항
운동으로 인한 사회 변화의 가능성을 제거하는 문제
로 연결되는 것이다.
한국의 사회구조적 모순 가운데에서 위안부 할머
니들 내면에 형성된 자기 비하와 피해자, 스토리텔러
(storyteller)로서의 정체성 결여는 또 다른 문제를 불
러왔다. 사회 운동의 결집력이 형성되기 위해 필요
한 조건은 비슷한 경험을 공유하는 주체들 간의 공
감대를 바탕으로 한 응집력이 발생해야 하는 것인데
(Feinberg, 2014; Honneth, 2004), 위안부 기억을
있는 그대로 인식하지 못했던 한국 사회는 위안부 할
머니들 스스로 부끄러운 정체성을 가지게 만듦으로
써 그러한 결집 과정을 오랜 기간 불가능하게 만들었
던 것이다. 각자의 생활영역에 갇힌 채 자신들의 기억
을 드러내지 못한 결과 위안부 할머니들은 자신과 비
슷한 전쟁 성범죄 경험을 가진 여성의 존재를 인식하
지 못하였고 이는 곧 위안부의 기억이 사회 속에서 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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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의 소녀상을 통해 형성된 위안부 기억의 경관과 상징성에 관한 연구
제되는 과정을 강화시켰던 것이다.
해방 이후 반 세기 동안 위안부 논의에 대한 진전
이 이뤄지지 못한 상황 속에서 페미니스트, 사회 운동
가, 여성 학자들을 중심으로 시작된 포스트식민주의
논의의 대두는 한국 사회에 전쟁 피해자들의 관심을
환기시키는 효과를 일으켰다(고혜정, 2001; 이나영,
2010). 이들은 서구 남성 중심의 세계 질서에 의해 촉
발된 권력의 불균형이 전쟁 성범죄 피해자들을 비롯
한 취약 계층의 여성들에게 어떻게 불리하게 작용하
였는지를 분석하였다. 여성학자들과 페미니스트 운
동가들에 의해 위안부 기억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면
서 위안부 할머니들은 1990년대를 기점으로 공개 증
언과 법정 활동을 통해 자신들의 인권을 회복하기 위
한 다양한 운동을 펼치게 되었다. 하지만 위안부 기억
에 대한 왜곡된 시선이 여전히 뿌리깊게 자리잡고 있
던 한국 사회에서는 위안부 운동에 대한 사회구조적
장애물이 존재하고 있었다.
4. 기억의 차별적 재현
사회적으로 은폐될 수밖에 없었던 위안부의 기억
은 이후 일본 식민 시대를 기억하기 위한 다양한 실
천 과정에서도 배제되었다. 이는 위안부 할머니들이
태생적으로 가지고 있었던 계층적 취약함이 기타 다
양한 사회문화적, 정치적 요소와 결합하여 빚어진 결
과로 이해될 수 있다. 현대 사회로 접어들면서 보편
적 인권 논의에 대한 부분들은 활발히 진행되어 왔
지만 사회·경제적 영역에서 복합적(intersectional)
으로 차별받았던 집단은 대중적 관심으로부터 배제
된 채 인권 담론으로부터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했다
(Crenshaw, 1989). 해방 이후 민주주의 시스템을 구
축하는 동안 한국 사회에서는 노동권 개선 및 정치 과
정의 공정성 등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영역에서의 인
권 논의가 진전되어 왔지만 위안부 할머니들과 같이
역사적 특수성으로부터 피해를 입은 집단은 공적 담
론 영역에서 철저히 배제되어 왔다.
이는 통치 시스템의 헤게모니와 어울리는 역사적
요소만을 선택적이고 편향적으로 재현해왔던 행위와
연결된다(Foucault, 1980b). 구조적 영역에서의 권
력 집단은 통치 행위의 정통성과 이데올로기를 강화
하기 위해 자신들의 뿌리로 여길만한 과거의 기억들
을 선별적으로 강조하는 경향이 있으며 이를 통해 통
치 권력의 담론으로부터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는 기
억들은 주의를 기울이지 않거나 필요에 따라 억압하
는 행위도 불사한다(Ball, 2012). 이러한 측면에서 봤
을 때 위안부의 기억은 일상적이고 문화적인 영역에
서의 차별과 더불어 통치 권력 시스템으로부터도 외
면 받는 역사가 되어왔으며 이는 기억을 남기는 공간
재현 작업에서도 드러나게 되었다.
현재 서울 시내에 있는 109개의 주요 박물관 및 역
사관에서 위안부 주제를 다루는 곳은 시민 단체인 정
대협에서 건립한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 하나뿐이며
대한민국 정부나 서울시에서 건립한 박물관이나 역
사관 중에서는 단 한 곳도 위안부 관련 전시물을 다루
지 않고 있다.1) 그나마 충청남도 천안 소재의 독립기
념관은 제2전시관의 한 부분으로서 일본군 위안부 전
시실을 운영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원래의 독립된 위
안부 기념관 건립 계획에서 크게 축소된 규모이다. 당
초의 계획은 1650㎥의 단층 건물을 독립기념관 단지
내에 85억 원의 예산을 투입하여 신축하려는 것이었
지만, 독립기념관 측이 국회에 제출한 제70차 임원
이사회 회의(2007) 자료에 따르면 당시 이사회가 해
당 사업을 반대한 사실을 알 수 있다.2) 당시의 회의록
을 살펴보면, “여성독립운동관의 이름으로 짓는 것은
가능해도 일본군 강제위안부 피해자 기념관이라는
이름으로 독립기념관 내에 기구가 들어오는 것은 반
대”, 혹은 “우리 독립기념관은 성역인데 이곳에 위안
부회관을 짓는 것이 말이 되냐” 등의 발언이 발견된
다. 이러한 이사회 내의 발언은 위안부 기념관 계획을
취소시키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하였으며, 여성가족부
와 국가보훈처 등의 유관기관이 있었음에도 불구하
고 독립기념관 이사회의 의견이 관철되었다는 사실
은 일본 식민주의와 관련한 민족주의 헤게모니가 다
른 가치보다 우위를 점한다는 사실을 내포한다(김은
경, 2010).
위안부 전시관 건립과 관련한 독립기념관의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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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환
는 일본 식민 시대의 역사를 재현함에 있어 한국 사회
의 뿌리 깊은 곳에 어떤 헤게모니와 이데올로기가 자
리 잡았는지를 알 수 있게 해준다. 그나마 독립기념관
에 마련된 위안부 전시실도 위안부 할머니들의 피해
와 상처 자체에 집중하기 보다는 일본 식민 시대를 거
친 한반도 스케일에서 ‘겨레의 시련’이라는 맥락으로
서사를 풀어가고 있다(김은경, 2010). 하지만 위안부
문제의 본질은 전쟁 성범죄 역사 자체의 조명을 통해
당시 복합적 차별의 기제 한가운데에 위치했던 여성
들의 트라우마를 공감케 하고 위안부 인권 문제를 새
롭게 환기시켜야 하는 방향성 제시에 있다. 위안부 문
제를 통해 민족주의에 기초한 통치 질서와 국가주의
를 내세우는 것은 위안부 할머니들이 의도하는 기억
작업(memory-work)의 목적과는 상반된 의도라 할
수 있다.
푸코(1980a, 1980b)는 권력의 상부구조에서 지원
하는 권위적 지식생산시스템과 규범의 확산 간 존재
하는 강한 유대관계를 포착하면서, 지식 체계에서 비
롯된 담론이 대중의 의식 구조에 자연스럽게 침투하
는 과정을 분석하였다. 한국 사회는 전통적인 남녀간
차별적 성규범에 더하여 교육 체계 및 대중매체에서
생산하는 일본 식민 시대의 재현을 통해 해당 시점에
대한 편향된 관점을 자연스럽게 확산시켜 나갔다. 이
는 한국의 지식 생산, 교육, 통치 시스템을 일괄적으
로 관통하는 서사의 생산이 일본 식민 시대를 거쳐 간
남성적, 정치적, 영웅적 인물에 집중되어 왔다는 사
실로 증명된다. 태평양 전쟁으로 인해 당시 한국인들
이 입은 피해는 광범위한 영역으로 확산되었으며 이
는 당연히 어느 한 집단만의 서사에 국한되는 부분이
아니다. 따라서 일본 식민 시대의 공간적 재현은 영웅
적 독립투사들만의 서사로 채워져야 하는 것이 아니
라 당시의 상처를 공유했던 한국인들의 다층적 측면
을 조명해야 하는 것이다.
위안부 기억의 경관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위안부
할머니들과 시민단체들이 겪었던 어려움은 위에서
언급하였던 권위적 역사의식과 재현의 편향성으로부
터 기인하였다.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그림 1)을 건
립할 당시 정대협과 위안부 할머니들은 일본으로부
터의 독립을 기념하는 상징성이 있고 대중적 주목도
가 높은 서대문독립공원을 후보지로 희망하였다. 이
를 염두에 두고 관련 기관들과 협의를 하는 과정에서
정대협과 위안부 할머니들은 뜻밖의 장벽에 부딪혔
다. 바로 한국 광복회와 관련한 32개의 시민단체 회
원들이 해당 계획을 극렬히 반대했던 것이다(한국정
그림 1. 서울 마포구 성미산 자락에 건립된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 서울에 있는 유일한 위안부 전시관이다.
사진: 필자촬영, 2015. 12.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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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의 소녀상을 통해 형성된 위안부 기억의 경관과 상징성에 관한 연구
신대문제대책협의회20년사편찬위원회, 2014). 이에
대한 그들의 주된 이유는 위안부 역사를 기념하는 박
물관이 한국의 독립을 위해 싸웠던 투사들의 정신을
흐리고 부끄럽게 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었다. 이는 그
동안 일본 식민 시대를 학습하고 재현하는 과정에 있
어 상당한 편향성이 존재했음을 보여주며 불균등한
역사적 관점이 한국의 대중들 사이에서 무리 없이 스
며들었다는 사실을 입증한다.
5. 기억의 경관, 상징, 치유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은 오랜 우여곡절 끝에 국
민들의 성금을 모아 마포구의 성미산 자락에 건립
되는 것으로 마무리 되었다. 환영받지 못한 기억
(counter-memory)의 공간 침투는 이후 일본 대사
관 앞 소녀상을 건립하는 과정에서도 발견된다. 2011
년 12월 14일 수요집회 1000회를 맞아 일본 대사관
앞에 세울 예정이었던 평화의 소녀상은 외교적 문제
로 번질 것을 우려한 종로구청과 서울시의 불허로 이
어졌다(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20년사편찬위원
회, 2014). 하지만 정대협 및 협력 단체들과 미술 작
가들은 소녀상의 설치 허가를 꾸준히 요구하였고 이
에 종로구청은 어쩔 수 없이 소녀상이 예정된 날짜에
건립되는 것을 허락하였다.
상당한 장벽과 현실적 어려움이 있었음에도 불구
하고 실행된 일본 대사관 앞 소녀상 설치는 기억의 경
관이 가진 상징성과 함께 이해되어야 한다. 앞서 살
펴봤듯이 한국 사회의 왜곡된 성규범과 일본 식민 시
대의 편향된 재현은 위안부의 기억을 부끄러운 역사
로 치부한 원인이 되었다. 위안부 기억에 대한 대중적
공감이 성숙하지 않았던 상황에서 위안부 할머니들
은 수요집회에서 마저도 꾸준히 사회적 조롱과 편견
에 마주해야만 했다. 또한 주한일본대사관은 한일 외
교 관계의 민감한 특수성이 고스란히 반영된 공간으
로 이러한 외교적 상징성이 내포된 공간에 위안부 기
억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소녀상의 건립은 행정 집
단에게 부담으로 다가오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소녀상과 함께 형성된 위안부 기억의 경관은 이후 위
안부 서사가 대중들에게 인식되는 과정에 있어 시각
적인 상징성을 제공했다고 볼 수 있다.
소외 집단의 사회 운동이 성공적인 담론 생산으로
연결되기 위해서는 대중의 도덕성과 집단 내 주체들
의 정체성이 일정 수준으로 성장해야 한다(Calhoun,
1994). 대중의 도덕 수준이 충분한 궤도로 올라서지
못한 상황에서 수요집회에 참여했던 위안부 할머니
들은 그동안 수많은 모욕을 경험해야 했다. 이 과정
은 사회 운동가로서의 위안부 여성 정체성에 심각한
타격을 불러일으켰고 위안부 할머니들 중 일부는 수
요집회 참여를 그만두는 결과로까지 이어졌다. 대중
의 도덕성과 사회 운동가로서의 소외 집단의 정체성
은 상처와 트라우마에 대한 사회적 공감과 함께 성장
한다(Honneth and Farrell, 1997). 하지만 타성에 젖
은 지식과 사회 규범은 새로운 공감을 이끌만한 동력
을 상실하며 이러한 대중적 타성은 특별한 계기가 마
련되지 않는 한 집단적 도덕성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한다(Hall, 2001).
이러한 측면에서 공간은 집단적 도덕성과 소외집
단의 정체성 형성에 영향을 줄 요소로 논의될 수 있
다. 사회의 도덕적 수준은 해당 사회가 가진 독특한
지식 체계와 관습적 규범에 강하게 영향을 받는다
(Ball, 2012). 대중의 무의식 속에 심겨진 규범적 가치
는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행해지는 대화, 학습, 사
유 등의 무한한 반복에 의해 형성된다. 이는 일상생
활 공간과 통치 체계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권력 집단
에 의해 조정될 수 있으며 이러한 거대하고, 집합적이
며, 은밀한 움직임은 개인적 수준이나 감각의 영역과
는 동떨어진 차원에서 진행된다(Lefebvre, 1991). 개
별적인 영역과는 상반된 차원에서 진행되는 구조적
흐름은 통치 권력 및 헤게모니와 결합하여 일상생활
의 식민화를 강화시키고 그에 따른 집단적 도덕성이
나 규범적 가치는 각 주체들의 개별적인 느낌이나 해
석이 들어올 여지를 남겨놓지 않는다.
사회 구조 속에서의 집단적 규범은 기억을 선택하
고 재현하는 방식에 있어서도 정형화된 지침을 내세
운다(Foucault, 1980a). 한국 사회가 해방 이후 일본
식민 시대를 기억해왔던 방식이 지나치게 편향되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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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환
던 것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는 것이다.
기억의 편향성과 대중의 도덕성은 긴밀한 관계를 맺
으며 위안부 기억에 대해 오랫동안 냉소적인 자세를
유지해 왔던 한국 사회 대중들의 도덕성도 이와 같은
관계 속에 형성되었던 것이다. 따라서 위안부 서사에
대한 대중의 적절한 평가와 관심을 유도하기 위해서
는 그동안 관습적으로 유지되어 왔던 집합적 도덕성
과 기억의 재현을 새로운 방식으로 구성할 필요가 있
었다.
이와 관련하여 공간은 특유의 일상성과 시각성, 물
질성을 바탕으로 집단적 의식을 새롭게 자극시킬 요
소를 포함하고 있다(Courtheyn, 2016). 공간이 가진
위와 같은 속성은 개별적 신체의 느낌이나 감정적 영
역과 강하게 유착될 수 있으며 이는 기표와 기의에 기
반한 지식 생산 시스템 및 권위적 통치 체계와 대척
점의 위치를 차지한다. 따라서 공간은 견고한 언어 기
반 사고방식 체계의 틈을 비집고 들어갈 여지를 남겨
주며 그러한 틈을 통해 개별적 주체들은 자신의 신
체적 느낌으로부터 비롯된 다양한 해석과 공간적 요
소들을 결합할 수 있게 된다(Cresswell, 2014). 전통
적 지리 사상에서 공간은 구조적 통치 체계의 흐름에
수동적으로 조정된다는 사고방식이 주를 이뤘지만
인본주의적 학문 영역에서는 장소의 개념을 바탕으
로 공간의 능동성과 개인의 실천을 주의 깊게 다룬다
(Tuan, 1977). 공간은 세계를 이해하고 해석함에 있
어 다양한 관점들을 제공하며 기표와 기의가 주는 지
식 체계의 한계를 넘어서는 영역을 제공한다. 이는 현
상을 바라봄에 있어 개인의 상상력이 개입될 수 있도
록 하는 효과를 가져다주며 권위적 지식 생산 시스템
이 가지는 경직성과 모순을 극복할 수 있도록 해준다.
따라서 위안부 기억에 대해 수 십 년 간 한국 사회가
가졌던 견고한 왜곡과 편견은 공간이라는 요소를 통
해 새롭게 재편되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었던 것이
다.
소외 집단의 정체성 측면에서 공간은 정서적 영역
과 연결된다(Calhoun, 2001). 일반적으로 인간의 내
면적 상처가 치유되는 과정은 타인의 공감과 위로가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자신의 아픔과 상처가 적절
한 방식으로 타인에게 전달되지 않을 때 우리는 정서
적인 답답함을 느끼게 되며 이는 내면에서 더욱 큰 문
제를 일으키는 요인이 된다. 위안부 이슈에서 문제가
되었던 부분은 전쟁 기간 동안의 성범죄 자체에서 유
래된 것이지만 해방 이후 자신의 기억을 제대로 증언
하지 못했던 부분 또한 위안부 할머니들이 마주하였
던 가장 큰 비극이라 볼 수 있다. 공간이 가진 시각성
과 물질성은 바로 이러한 측면에서 위안부 할머니들
의 기억을 상징적으로 재현하고 전달하는 데 기여하
는 요인이라 할 수 있다. 도시 공간은 다양한 집단들
의 상처가 집합하고 쌓여지는 곳이다. 다양한 집단들
의 상처의 흔적은 때로는 드러날 수도 있으며 때로
는 묻힐 수도 있다. 이러한 도시 공간 속 상처의 흔적
이 심미적이고 상징적인 작업을 통해 경관의 형태로
재현될 때 대중들은 해당 기억을 무난하게 받아들이
고 그것을 경험한 집단의 정서적 맥락을 이해하게 된
다(Dutton, 2009; Till, 2012a). 도시 공간을 통해 재
현된 소외집단의 기억은 대중들로 하여금 그 집단의
아픔을 이해하는 단서를 제공하며 이는 소외된 주체
들의 정서적 버팀목이자 사회 운동가로서의 정체성
을 형성할 수 있는 기초를 제공하게 된다(Calhoun,
2001).
하지만 도시 공간은 사회 권력의 지배 체제에 강하
게 종속되는 특성 또한 지니고 있다. 지배 권력은 소
외 집단의 기억이 도시 공간에 드러나는 현상을 쉽사
리 허락하지 않으며 자신들의 헤게모니와 강하게 유
착하는 기억들만을 남기기 위해 피지배 집단의 기억
을 때에 따라 억압하기도 한다(Alderman and In-
wood, 2013). 이에 따라 집단 간의 기억을 둘러싼 투
쟁은 도시 공간을 중심으로 빈번하게 발생하며 누구
의 기억이 남겨지고 재현되는가의 문제는 각 집단이
생산하는 경관의 상징성에 의해 좌우된다. 지배 권력
은 대개 집단적 헤게모니와 관련한 견고한 지식체계
와 규범을 활용하여 경관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반면
소외 집단은 기억의 경관이 가지는 상징성을 매개로
대중의 감정적 영역을 자극한다(Duminy, 2014). 경
관의 상징성이 가지는 힘은 대중의 공감 능력이 증폭
되는 과정을 바탕으로 형성되며 이는 때로 지배 체제
의 합리성과 객관성에 기초한 담론을 압도하는 모습
도 보여준다(Foucault, 1980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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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의 소녀상을 통해 형성된 위안부 기억의 경관과 상징성에 관한 연구
6. 소녀상과 정서적 유대
위안부 소녀상 건립을 추진하기 위해 협력했던 정
대협 및 조각가 등 해당 주체들은 일본 대사관의 견제
와 종로구청의 정치적 부담감을 인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요집회가 1000회를 맞이하는 날 예정된
공간에 설치하였다. 소녀상의 디자인은 위안부의 기
억을 상징적으로 응축시키고자 하는 의도 하에 고안
되었으며 이후 수요집회는 소녀상이 생산하는 시각
적이고 상징적인 경관과 함께 이어지게 되었다.
소녀상은 위안부 기억의 경관을 형성함과 동시에
대중들의 도덕적 인식 제고와 위안부 할머니들에 대
한 정서적 지원을 고양시키는 데 기여하기 시작했다.
소녀상이 제공하는 위안부 기억의 상징성은 공간적
스케일을 넘어 보다 다양한 주체들의 공감을 불러일
으켰으며 이는 수요집회 메시지의 힘을 보다 증폭시
키는 역할을 담당하였다.
그것이 주는 힘은
…
할머니들의 고통과 아픔을 전
쟁으로 힘겨워 하는 다른 여성들과 함께 나눌 수
있다는 데 있을 겁니다. 미국도 수많은 전쟁을 치
르므로 그런 부분에서 자유롭진 않겠죠
…
소녀상
을 보면 내 마음은 뭐랄까
…
좀 슬프기도 하고 화
가 나기도 합니다. 하지만 소녀상을 통해서 제공
되는 할머니들의 메시지는 보다 많은, 전쟁으로
고통 받는 여성들에게 닿겠죠. ‘우리는 함께 일할
수 있어’라고 하듯이 말이죠. (미국 남성 학생 B와
의 인터뷰, 2015. 12. 30.)
일본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저는 위안부 역사에
유감을 표합니다. 그리고 수요집회에 참석하기 위
해 이 자리에 왔습니다. 위안부 소녀상을 제거하
는 것
…
만약 일어난다면 일본 정부는 그들의 빚
을 역사 속에서 지우게 되겠죠. 그건 있을 수 없다
고 생각합니다. (일본 여성 수요집회 참석자 C와
의 인터뷰, 2015. 12. 30.)
수요집회에서 만난 두 외국인과의 대화는 소녀상
이 생산하는 기억의 상징성이 국경을 넘어 확산된다
는 사실을 확인시켜 준다. 이는 기억의 경관이 전쟁
중 성범죄 역사를 상기시킬 수 있도록 하고 그것의 본
질적 부분을 일깨우는 역할을 국적과 언어에 상관없
이 담당한다는 사실을 알게 해준다. 위안부 할머니들
과 수요집회 참석자들 간의 정서적 유대는 소녀상을
통해 심미적이고 상징적인 방식으로 형성되며 참석
자들로 하여금 전쟁 성범죄 역사의 아픔을 공감케 한
다. 이러한 정서적 유대는 위안부 할머니들로 하여금
과거의 수요집회에서 겪었던 부끄러움 없이 수요집
회에 참석할 수 있는 정신적 힘을 제공한다(그림 2).
일본 식민 시대에 대해서는
…
전 학생들에게 ‘할머
니들의 삶은 너희와 다르지 않다’라고 말할 것 같
아요. 그러면서 여학생들과 저는 좀 더 위안부 할
머니들의 마음과 강하게 뭔가 연결된 상태로 얘기
를 나눌 수 있겠죠. (이화여고 교사 D와의 인터뷰,
2018. 1. 5.)
2015년 12월 한일 위안부 협상 타결 이후 일본 대
사관 앞 위안부 소녀상 철거에 대한 양국 간 이면합의
를 암시하는 보도 내용은 위안부 할머니와 시민들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일본 정부는 비엔나 협약 제22
조 2항, “접수국은
…
공관의 안녕을 교란시키거나 품
위의 손상을 방지하기 위하여 모든 적절한 조치를 취
할 특별한 의무를 가진다”를 근거로 일본 대사관 앞
위안부 소녀상의 철거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시민
들의 입장은 소녀상이 일본 대사관의 업무를 방해하
거나 위해를 가하는 여부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
이고 있다.3) 보다 본질적인 이유를 들어 소녀상 철거
를 반대하는 입장은 아래의 인터뷰 대화에 담겨 있다.
일본 정부가 진정한 사과를 하거나 뭐 법적 책임
을 진다 해도
…
이건 [소녀상은] 여기 남겨놔야 합
니다. 여기 둬서 일본이 저질렀던 범죄들 지속적
으로 사죄하는 의미도 있고 일본도 이걸로 평화에
대한 걸 계속 되새김 해야죠
…
우리는 절대 잊지
말아야 합니다. (수요집회 참석자 E와의 인터뷰,
2018. 1.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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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환
수요집회 참가자들이 소녀상을 통해 바라는 바는
전쟁 성범죄 역사의 보존과 기억이다. 주한 일본 대사
관 앞 소녀상 설치 이후 위안부 기억을 재현하는 다양
한 형태의 소녀상은 한국 내에서뿐만 아니라 미주와
유럽 지역의 각 도시에서도 건립되고 있다. 각 도시에
설치된 소녀상은 위안부 기억을 기리는 행사들의 구
심점 역할을 수행하고 있으며 전쟁 성범죄의 잔악함
과 평화에 대한 교훈을 끊임없이 일깨워주고 있다.
트라우마와 관련된 기억의 경관은 사회 집단의 다
양한 상처들이 교차하는 곳에 형성된다(Till, 2005).
일본 대사관 앞 위안부 기억의 경관은 우연이나 우발
적인 힘에 의해 형성된 것이 아니라 위안부 할머니들
의 울분과 아픔이 일본 대사관 앞이라는 공간적 특수
성을 통해 재현된 것과 연계된다. 이는 일본 대사관
앞 공간과 위안부의 기억, 소녀상을 통한 역사의 상징
적 재현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져 만들어낸 경관으로
볼 수 있으며 매주 수요집회의 참가자들은 기억의 경
관이 생산하는 정의, 치유, 인권 등의 담론과 함께 위
안부 할머니들의 저항에 동참하고 있는 것이다. 수요
집회로 인해 축적된 저항의 힘과 소녀상의 상징적 재
현은 위안부 기억을 대중들에게 전파하고 전쟁 성범
죄로부터 비롯된 상처를 공유하는 데 기여하였다. 이
는 통치 권력의 정치적이고 합리적인 접근으로 해체
할 수 없는 문화적 자산이며 세계인에게 전쟁의 참혹
함을 알리는 교훈의 장소인 것이다. 따라서 일본 대사
관 앞 소녀상과 위안부 기억의 경관은 정치적 계산만
으로 존립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이
미 수요집회를 통해 많은 사람들은 위안부 기억의 상
징적 의미를 경험하였으며 인권과 관련한 사회 정의
의 의미를 되새김하였다. 이는 소외집단의 상처가 도
시 공간 속 기억의 경관으로 재현될 때 얻을 수 있는
의의라 할 수 있으며 정의에 대한 인식이 시공간적으
로 확산되는 데 있어 중심 역할을 수행한다고 볼 수
있다.
7. 결론
본 연구는 위안부 저항 운동과 기억의 정치를 공간
논의와 함께 분석하고자 한 데에 의의를 찾을 수 있
다. 매주 일본 대사관 앞에서 진행되고 있는 수요집회
는 위안부 저항 운동의 중심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일본 대사관 앞이라는 공간적 배경과 소녀상이 생산
그림 2. 2015년 한일 위안부 협상 타결 이후 진행된 수요집회. 참가자들은 소녀상에 털모자와
목도리를 두르고 수요집회에 참여했다.
사진: 필자촬영, 2015. 12.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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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의 소녀상을 통해 형성된 위안부 기억의 경관과 상징성에 관한 연구
하는 기억의 물질적·공간적 재현을 고려했을 때 현
재 진행되고 있는 위안부 운동은 지리적인 논의와 함
께 이해되어야 함을 본 연구는 증명한다. 서울 한복
판의 공간에 서로 이질적인 의미를 대표하는 일본 대
사관과 소녀상이 뒤엉켜 형성된 위안부 기억의 경관
은 많은 사람들에게 전쟁 성범죄 역사를 떠올리고 거
론할 수 있게 하는 사회 운동의 중심지로 기능하고 있
다. 이와 관련하여 본 연구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위
안부 캠페인의 본질과 역할을 이해하는 데 기여하고
자 하였다. 위안부 저항운동과 위안부 기억에 대한 사
회적 편견, 기억의 경관 등과 관련하여 본 연구는 다
음의 주제들을 논의하였다.
첫 번째로, 수요집회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 위
안부 기억이 사회구조적으로 억압받아야 했던 배경
에 대해 탐색하였다. 이는 해방 이후 73년이 지난 현
재 시점까지 확실한 해결점을 찾지 못한 채 위안부 저
항 운동이 지속될 수밖에 없었던 근본 원인을 이해하
고자 한 시도였다. 해방 이후 반세기 동안 억압되고
잊혀왔던 위안부의 기억은 한국 사회의 문화적 특수
성과 구조적 성격의 연계 속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위
안부 할머니들은 증언 활동을 통해 그동안 겪어왔던
아픔과 고통을 진술하였다. 특이한 점은 위안부 할머
니들의 고통이 전쟁 이후로도 계속되어 왔으며, 오히
려 해방 이후의 어려웠던 시간에 대한 진술이 더 긴
경우도 종종 발견된다는 사실이다. 위안소로부터 해
방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위안부 할머니들의 삶은 한
국 사회가 지녔던 성규범의 왜곡과 구조적 억압 속에
적절히 치유 받아야 할 기회를 잃어버렸던 것이다. 이
는 위안부 문제의 해결을 위해 한국 사회 내부로부터
변화되어야 할 사안들이 존재했음을 알려준다. 먼저
남녀 간 차별적으로 적용된 성 규범과 처녀성에 대한
강요는 위안부 할머니들의 피해 사실을 전혀 다른 차
원에서 해석할 수 있게 만든 요인이었다. 전쟁 성범죄
의 피해자들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위안부 할머니들은
가족들이나 지인들의 인신공격으로부터 스스로를 보
호하기 위해 철저히 위안부 기억을 숨겨왔으며 이는
전쟁 성범죄로 인한 마음의 상처가 내부적으로 문제
를 일으키게끔 만들었다. 이러한 취약 조건에서 위안
부의 기억은 공간적으로도 철저히 배제되고 소외받
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두 번째로, 본 연구는 위안부 기억이 도시 공간 속
에서 배제되어왔던 과정을 조명하였다. 공간은 과거
의 사건을 후세에 알리는 데 있어 적절한 요소를 가
지고 있다. 공간의 물질성과 시각성, 항상성은 무형
의 요소를 담보하고 있는 기억의 속성을 시공간적으
로 확산시키도록 해주며 이를 통해 과거의 사건에 대
한 사회적 자산을 형성시킨다. 하지만 집단별 상이하
게 주어지는 사회 권력과 그로 인한 기억의 차별적 재
현은 소외 집단의 서사가 적절히 거론될 만한 기회를
제공해주지 않는다. 이는 위안부의 기억이 제도적이
나 문화적 차원에서 제대로 회자되지 못했던 원인으
로 작용하였다. 위안부 기억이 적절한 방식으로 재현
되지 못했던 현상은 이후 수요집회와 공개 증언 활동
등을 통해 위안부 할머니들이 사회 운동을 일으킨 원
인을 제공하기도 하였다.
본 연구의 세 번째 논의는 사회 구조적 억압을 극
복하며 형성되었던 위안부 기억의 경관과 그 시사점
들이었다. 상처의 치유는 타인들의 적절한 인식과 문
제의 공유를 통해 이뤄진다. 공간은 그러한 과정에서
소외 집단이 가지고 있는 아픔을 시각적으로 재현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다. 주한 일본 대사관 앞은 일
본군 성범죄로 인해 평생 고통 속에 살아야 했던 할
머니들의 상처가 응축되어 있는 공간으로 볼 수 있으
며 그러한 상처의 흔적이 남아 있는 곳에 위안부 기억
의 경관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소녀상으로부터 비롯
된 위안부 기억의 상징적 시각화와 경관의 생산은 매
주 진행되어 온 수요집회의 구심점을 이루었으며 위
안부의 기억이 시공간적 영역으로 확산되도록 해주
었다. 이는 한국 사회에서 위안부 할머니들의 아픔이
대중들에게 공유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고
볼 수 있다.
위의 세 가지 논의는 위안부 문제를 조명하는 수많
은 주제들의 일부라고 볼 수 있다. 위안부 문제는 한
일 양국 간 상이한 협상 해석과 여론의 반대로 인해
더욱 복잡한 양상을 보이고 있으며 적절한 해결까지
넘어야 할 많은 장벽들이 존재함을 드러내고 있다. 그
럼에도 불구하고 위안부의 기억이 공간적으로 재현
되고 있는 상황은 과거 한국 사회 내부적으로 위안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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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들에게 가한 2차 피해의 모순으로부터 벗어나
게 해준 과정이라 볼 수 있다. 그리고 기억의 경관으
로부터 비롯되는 위안부 운동의 변화는 한국 사회 내
부에서 그러했던 것처럼 일본 정부와 일본 국민들의
역사 인식을 바꾸는 데 있어서도 결실을 맺으리라 생
각된다.
본 연구는 위안부의 역사가 소녀상을 통해 공공의
기억으로 드러나는 과정과 그의 상징적 의미를 분석
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 소외집단의 기억이 공적
논의로부터 배제되는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 형성되
었던 기억의 경관은 위안부의 역사를 공공의 기억으
로 이끄는 데 기여했으며 위안부 저항 운동의 응집력
을 성장시켰다는 점에 의의를 찾을 수 있다. 본 연구
는 위안부 소녀상 분석을 통해 기억의 사회적 의미와
경관에서의 상징적 영향력을 논의하였지만 소녀상을
중심으로 전개된 수요집회의 변화 과정과 주변 공간,
특히 주한일본대사관과의 구체적 관계를 분석하는
데에는 한계를 보였다. 소녀상을 중심으로 한 기억의
경관 형성과 트라우마의 상징적 재현에 대한 이해를
넘어 향후 연구 과제는 소녀상을 둘러싼 집단 간 갈등
과 기억의 정치 및 지정학 영역에서의 영향 등을 분석
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야 할 것이다.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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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w.seoul.go.kr/storyw/museum/list.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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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아, 2013. 6. 6. http://news1.kr/articles/?1165031
3) “일본 ‘부산 소녀상, 비엔나 협약 위배’ 철거 요구”, 오마이
뉴스, 2016. 12. 31. http://www.ohmynews.com/NWS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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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투고일 2019. 1. 3
수정일 2019. 2. 12
최종접수일 2019. 2.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