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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신교 우익청년대중운동의 형성
- 극우정치에서 개신교의 효용과 문화 구조
저자
(Authors)
김현준
출처
(Source)
문화과학 91, 2017.9, 60-83 (24 pages)
발행처
(Publisher)
문화과학사
URL http://www.dbpia.co.kr/Article/NODE07245489
APA Style 김현준 (2017). 개신교 우익청년대중운동의 형성. 문화과학, 91, 60-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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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외국어대학교
203.232.***.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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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어느 평범한 기독청년들의 우익주체화
여기 평범한 지방대생, 눈칫밥 먹던 취업준비생으로 자기
소개의 서두를 연 한 청년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평범한 한 젊은이가 지방대를 나옵니다. 특별한 학
과도 아니었기에 그 젊은이는 취업준비생이 되었고, 그
취업준비생은 어디를 가나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가 됩
니다. (…) 그런데 그 젊은이가 (…) [북한에 대한 진실을
알게 되어] 삶을 바꾸게 됩니다. (…) [북한의] 육신의 가
개신교 우익청년대중운동의 형성
극우정치에서 개신교의 효용과 문화 구조
김현준
연구집단 카이로 스
서강대학교 사회학과
박사과정 수료
특집
한국 우익의 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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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우익의 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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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신교 우익청년대중운동의 형성
난과 영혼의 가난 (…) 북한의 어둠이 남한을 정복할 위기가 있었습니다. 바
로 19대 대선이었는데요. 그래서 움직여야 했습니다. 두려웠지만 북녘의 어
둠이 남한을 덮지 못하도록 (…) 행동하고 싶었습니다. (…) [‘광주청년이 홍
준표를 지지하는 세 가지 이유’ 상영] (…) 지방대였던 학생이 [서울의 A] 대
학교 석사과정에 들어갔습니다. 석사과정 한 학기의 비용이 450만 원이었는
데, 하나님께서 저를 (…) 지방대 학생을 아무것도 모르는데 조교로 세워주
셔서 (…) 다닐 수 있게 되었습니다. (…) 취업준비생이 중간의 모든 직급을 건
너뛰고 바로 [소셜벤처] 대표가 되었죠. (…) [소셜벤처 SNS에] 동성애에 대
한 모든 것 (…) 콘텐츠를 올리면 매주 일만 명 이상은 보게 되었습니다 .(…)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 (…) 한 젊은이가 예수님을 사랑하고 나
라를 위해 무엇인가 작은 것을 했더니 비로소 자유케 되어진 청년 이야기를
드렸습니다.
1
“지방대에서 국내 10위권 대학으로, 취준생에서 소셜벤처 CEO로, 베스트
셀러만 읽던 독자에서 칼럼니스트, 해외현장 취재기자, 예비작가로, 아주 특별
한 신분세탁(?)”을 이룬 이 “평범한 청년”의 서사에는 ‘평범한’ 대한민국 청년
들의 현실과 “특별한” 성공 계기이자 성공 방법으로서 북한에 대한 깨달음과
애국의 가치가 담겨 있다. 인생의 전환점에서 그는 북한에 대한 진실뿐만 아니
라, 북한에 대한 두려움도 알게 되었다. 하지만 곧 북한에 대한 두려움은 자신
의 사회현실적 처지를 넘어 보다 큰 사명에 헌신하는 동기로 전환된다. 북한에
대한 진실을 알지 못했다면 그는 결코 자유로워질 수 없었을지 모른다. 그의
자유는 진리와 애국의 대가다. 그에게 종교는 두려움을 주는 동시에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힘을 준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종교는 두려움을 극복할 수
1 강연영상, 유튜브 [ ]안 내용은 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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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도록 두려움의 대상을 만들어준다. 특별히 보수 개신교의 역사는 마음 놓고
적대할 수 있는 타자와 가상을 끊임없이 창출함으로써 우익정치에서 그 효용
을 증명해내는 과정이었는지 모른다. 그리고 극우담론(애국-반공주의와 반동
성애)은 오늘날 어떤 청년들에게는 주어진 현실과 그 처지에서 오는 불안을 극
복하는 동력으로서 유용한 것일지도 모른다.
이 청년의 서사는 ‘거룩한 대한민국 네트워크(거대넷)’ 운동에 대해 소개
하는 대중강연회(강연자 추산 청중 90여 명)의 내용이다. 이 단락의 소제목은
당시 강연의 제목 “어느 평범한 청년의 아주 특별한 이야기”를 패러디한 것이다.
주인공은 지난 대선에서 <광주 청년이 홍준표를 지지하는 세 가지 이유>라는 영
상을 유튜브에 올린 한슬기 씨다.
2
또 후속 영상 “기독청년이 홍준표를 지지하
는 세 가지 이유”에서 그는 동성애를 반대하고 교회를 사랑하기 때문에, 차별
금지법을 반대하는 홍준표 후보를 지지한다고 말한다. 이외에도 SNS에서 기
독교인이 홍준표 후보를 지지해야 할 이유를 친구에게 열정적으로 설명하는
영상을 찾아볼 수 있는데, 이들이 홍 후보를 지지한 이유는 그가 북한동포를
구원하고 동성애를 막을 수 있는 적임자이기 때문이다. 이 영상 속 청년에게
도 북한과 동성애는 두려움의 대상으로 인식되고 개신교는 대한민국을 지키
는 최후의 보루이다.
북한처럼 우리나라가 적화되고 또 동성애 합법화돼서 그 다음에 우리가
울고불고 회개[해도] (…) 늦어 (…) 단순히 동성결혼 요게 문제가 아니고 하
나님이 계획하신 이 가정을 근본적으로 파괴시키려고 하는 사탄의 전략이
(…) 동성애 합법화시키는 거야. 그렇게 해서 가정 무너뜨리고 남자 역할, 여자
2 거룩한대한민국네트워크 회원, (사)대한민국건국회청년단 회원, 소셜벤처 ‘청년의책장’ 대표, <뉴데일리>
칼럼니스트, <블루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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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할 무너뜨리고 완전히 카오스로 만들어서 사회를 혼란시키게 만드는 (…)
사회 자체가 남자 여자로 구성되어 있잖아, 가정으로 구성되어 있잖아. 이거
자체를 깨버려서 사회 자체를 혼란시키게 만드는 사탄의 전략이란 말이야. 그
래서 이거 막아줄 수 있는 후보, 무조건 뽑아야 돼. 우리가 지금 분명한 성경
적 근거를 가지고 정치 후보를 지지하잖아. (…) 분명한 목소리를 내고 선지
자 역할을 감당해야 국가가 복을 받지. [그래야] 우리 이웃들 지킬 거 아니야.
3
이번 대선에서 홍준표 후보 지지는 보다 대중적인 수준에서 확인할 수 있
는 현상으로 보인다.
4
특히 개신교 청년(조직)들을 주목해볼 만하다. 거대넷은
‘북한을 자유케 하라’ ‘다시 독립정신’ 등을 모토로 개신교 우익청년들이 북한
인권사진전, 국토대장정, 칼럼쓰기, 초중고교 반공역사교육
5
등의 활동과 학습
을 함께하는 조직이다. 「백남기, 지긋지긋한 시체팔이」라는 칼럼으로 많은 이
들의 공분을 산 바 있는 정은이 씨도 거대넷 및 (사)대한민국건국회의 구성원
이다.
6
극우매체 <뉴데일리>의 청년 구성원 칼럼에 소개되는 거대넷과 건국회
3 정우민, 페이스북, <왕국의 역습> 동영상, “대선을 앞둔 ‘너’에게 하는 말.” 2017. 5. 9.
4 기독자유당(전광훈 목사)의 홍준표 후보 지지 선언이 있었지만 한기총을 비롯한 교계의 반발도 컸고, 그
효과도 미미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와 별개로 홍준표 후보를 매개로 하는 개신교+극우+청년대중의 결합은
우익정치에서 새로운 운동세력과 논리를 제공한다는 면에서 의미 있는 조합이라고 생각한다.
5 거대넷은 2013년부터 2017년 현재까지 시민안보단체 블루유니온, 홀리원코리아교육지원센터와 함께 전
국 초중고교와 청소년 단체, 동아리, 더 나아가 기업, 군부대, 관공서를 대상으로 “찾아가는 나라 사랑 서
비스, 안보콜”이라는 교육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업 설명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건국사, 6·25 남침 전
쟁, 발전사, 북한의 실상, 통일에 대한 염원의 내용으로, 전교조 선생님들에 의해 잘못된 역사 교육을 받
고 있는 학생들에게 우리 역사를 올바르게 알려주고 대한민국에 대한 자긍심을 심어주고자” 한다(http://
blog.naver.com/holykoreanet). 또한 ‘안보투어’라는 이름의 역사 현장 탐방도 진행하는데, 흥미로운 것
은 탐방코스에 DMZ, 판문점, 백령도뿐만 아니라, 무장공비 침투 경로, 국정원, 기무사 등이 있다는 점이다.
안보콜 홈페이지 http://www.111call.org; <블루투데이>, 2017. 6. 12 기사 참조.
6 “백남기, 지긋지긋한 사망유희”로 제목을 변경했다(<뉴데일리>, 2016. 6. 26). <뉴스앤조이>가 이에 대해
보도한 바 있다(2016. 9.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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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필을 살펴보면, 개신교 우익청년단체가 기성 우익단체를 재생산하는 역할
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설립자 이호 목사는 자신의 청년조직을 이끌고 보
훈단체인 (사)대한민국건국회 산하 청년단에 들어갔다. 건국회 “회원들이 점점
연로해지면서 활동이 눈에 띄게 줄어”든 상황에서 회장 권영해 전 안기부장의
도움으로 산하단체가 되었다는 것이다.
7
또 하나 주목해야 할 단체는 에스더기도운동본부(대표 이용희 교수)와 그
하위 네트워크 조직들이다.
8
본래 북한인권과 통일을 위한 기도운동과 ‘탈북자
구출사역’ 등을 취지로 설립된 이 단체는 2007년 창립되자마자 그해 차별금지
법 반대운동에 개입했다. 이 단체의 중요성은 단순히 협의체나 연합기관으로
서가 아니라, 각종 대형집회와 강연, 컨퍼런스 등의 대중동원과 교육을 통해
주로 청년대중의 저변을 확장하는 동시에 하위 조직들을 통해 극우 지식과 아
비튀스를 재생산하는 조직이라는 점에 있다.
9
일단 동원력에서 이들 네트워크
는 대형교회뿐만 아니라 탈북자를 활용한다. 또한 이곳에서는 탈북민, 청소년,
어린이 각각의 지저스 아미 컨퍼런스와 북한구원금식기도회, 느헤미야 국가금
식기도성회(국가기도연합, 서울연세중앙교회 주관), 미스바 구국연합기도회 등
7 <뉴데일리>, 2015.2.9.
8 에스더기도운동을 위시한 극우 개신교의 대중운동 전략과 정치종교에 관한 내용은 필자의 「神國, 극우
개신교의 정치적 상상력: 청년선교단체 E의 ‘정치의 종교화’를 통한 ‘종교의 정치화’ 전략」, 『종교와 극우의
결합은 어떻게 한 국사회의 변혁을 가로막고 있나?』, 맑스코뮤날레 종교 세션 자료집, 2017, 21~45 발표문
에서 일부 가져왔음을 밝힌다. 이 발표문은 「극우 개신교의 국가주의적 상상력」, 『가톨릭평론』 10호, 2017,
94-101에 요약 형태로 실려 있다.
9 에스더기도운동본부는 북한24기도의집, 동성애허용법안반대국민연합, 밝은인터넷세상만들기운동본부
(안희환 목사), 한국기도의집KHOP(대표 박호종 목사) 같은 산하단체와 바른성문화를위한국민연합(대표
길원평 교수), 건강한사회를위한국민연대, 한국교회동성애대책협의회(대표회장 소강석 목사), 탈동성애인
권기독교협의회, 탈동성애인권포럼 홀리라이프(이요나 목사), 선민네트워크, 거룩한대한민국네트워크(대
표 이호 목사), 세이지코리아(대표 김미영), 윌버포스아카데미(대표 이태희 변호사), 한국순교자의소리(대
표 에릭 폴리, 현숙 폴리 목사), 반동성애기독시민연대(대표 주요셉 목사), ANI선교회(대표 이예경), 예수재
단(대표 임요한 목사), 리버티헤럴드(대표 김성욱) 등과 여러 단체들과 협력하면서 보수-극우 이념을 생산,
유통하는 네트워크의 중핵 조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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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대형 집회와 교육 프로그램을 상시 운영하고 있다. 이 집회들은 모두 안보
와 동성애를 중심으로 국가적·민족적 위기의식을 고취시키는데, 한국 개신교
의 보편적 기도 의식인 ‘나라와 민족을 위한 기도’는 극우적 신앙습속과 극우
담론이 확장될 수 있는 광범위한 대중적 기반이 된다.
10
에스더기도운동의 청년들은 광화문광장 등지에서 ‘대한민국기독청년총연
합’ 이름으로 ‘다시 독립정신’이라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이 기도회/집회에
서는 ‘북진 해방’ ‘선제 타격’ ‘북한 출애굽’ ‘북한동포 해방’ ‘부흥은 단 하루
면 된다’ 등의 선전문구를 볼 수 있다. 이 캠페인을 이끄는 박성업 씨는 <미디
어 전략> <한국기독교 내에 침투해 있는 간첩세력의 실체> 등의 동영상과 강
연, 그리고 <왕국의 역습>이라는 SNS 방송활동을 통해 “종북좌파 그리스도인”
들의 활동을 꾸준히 경고하고 있다.
11
자유경제원에서도 <기독교계 종교 좌익
세력의 실상>이라는 강연(2017. 3. 14)을 하는 등 비종교 우익에 정보를 제공
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또 최근에는 이들 오프라인 미시 동원 조직들과 연계된 SNS 계정이 급격하
게 증가했다. 갓톡, RED PILL 레드필, 에덴 크리에이터즈
12
등의 SNS 페이지들
10 김진호는 극우대중의 성격을 ‘종교혼합적’ ‘대중신비주의’로 설명한다. 김진호, 「태극기집회’와 개신교
우파: 또다시 꿈틀대는 극우주의적 기획에 대하여」, 『황해문화』, 2017. 초기 에스더기도운동은 해외선교단
체 인터콥(최바울 선교사)과 큰믿음교회(변승우 목사) 등과 교류하고 연합운동을 전개했는데, 교계로부터
이단 시비가 있었다. 신학자 피터 와그너와 ‘예언가’ 신디 제이콥스, 찬양사역자(CCM 가수) 스캇 브래너,
다윗의 장막 등으로 대표되는 ‘신사도운동(New Apostolic Reformation)’이라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되었
던 것이다. 신사도운동은 2009년 예장 합신 측과 고신 측에서 이단 판정되거나 참여가 금지되었다. 인터콥
은 해외선교동원 연합단체인 ‘선교한국’에서 퇴출되었고, 미주 한인 교계에서는 ‘인터콥대책’과 함께 ‘에스
더운동대책연합’까지 구성되었다. 하지만 에스더기도운동 측은 신사도운동과의 관련성을 부인했다.
11 박성업 씨는 영화 <회복>의 조감독으로도 활동했고, 레이디 가가 공연 반대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2014
년 개신교 종북몰이로 명예훼손 벌금형을 선고받은 바 있지만, 2017년 현재까지도 동일한 주장을 강연, 동
영상, 블로그 등을 통해 반복하고 있다. 2015년에는 이희호 여사가 탑승할 비행기를 폭파하겠다는 협박으
로 항공보안법 위반과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 혐의로 구속 기소되어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등을 선
고받은 바 있다(<뉴스앤조이>, 2016. 4. 5).
12 에덴 크리에이터즈는 기독문화 콘텐츠 어플로서 윤서인의 반동성애 만화를 제공하고 있다. SNS 계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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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대한민국기독청년총연합의 박성업 씨, 에스더기도운동 이용희 대표의 정치
적 주장들이나 우파의 정치적 아젠다, 그리고 문화전쟁 프레임을 상호 참조하
고 인용, 공유하면서 대중에게 노출빈도를 높여가고 있다. 심지어 종교와는 관
련 없어 보이는 일반 우파 계정들
13
조차 극우 개신교의 콘텐츠를 공유하기도
한다. 예컨대 대북 강경정책이나 차별금지법, 동성애에 대한 거짓 정보는 이들
사이에 상호 참조를 통해 확대 재생산되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보수 개신교
SNS 계정들은 이번 대선 국면에서 반동성애 정책(차별금지법 반대)과 안보 정
책 등을 근거로 홍준표 대통령 후보(자유한국당)를 지지하는 글을 올리면서
반대 진영에 대한 ‘가짜 뉴스’도 유포했다. 이들은 인터넷의 중요성을 이미 잘
알고서 전략적으로 활용해왔다. 에스더기도운동은 ‘인터넷선교학교’
14
와 밝은
인터넷세상만들기운동본부(공동대표 안희환, 이용희), 한국인터넷선교네트워
크(안희환 목사, 교회언론회 대변인 이억주 교수 등)는 인터넷의 반기독교적 주
장과 대형교회 관련 비판을 감시하고 차단, 신고하는 활동을 하는 조직이다.
이용희 대표는 “반국가적 일을 꾀하는” 동성애 지지자들의 선전전에 대응해
야 한다고 믿는다. 이들의 이러한 온/오프의 조직적 활동들은 ‘샤이(shy)’ 보수
개신교인의 급진화(직접행동)와 결집을 독려하며 혐오 실천의 범례(exempla r)
가 된다. 가령 ‘종북게이’ ‘동성애 쓰나미’ ’동성애 독재’ ‘좌파독재’ 같은 보다
대중적이고 쉬운 언어를 제공함으로써 우익 대중정치에 프레임을 제공한다.
운영한다.
13 최근 SNS 우익 계정들에는 ‘자유주의’ ‘국민의 힘’ ‘우리는 우익이다’ 등이 있는데, 몇몇 계정들은 동일
한 콘텐츠를 반복, 재생하는 것으로 보아 운영 주체가 동일한 것으로 보인다.
14 에스더기도운동본부 홈페이지 공지사항에는 인터넷선교학교에 관한 다음과 같은 소개문을 볼 수 있
다. “국가적으로 위중한 상황에서 언론/미디어는 거짓과 왜곡된 보도로 여론몰이를 하고 있습니다. 인터넷
에서는 하나님을 대적하고 교회를 분열시키며 대한민국을 위태롭게 하는 안티기독교의 활동과 반국가적
인 글들이 넘쳐나고 있습니다. 인터넷 영역을 하나님의 진리로 제자 삼는 인터넷 선교사가 절실히 필요한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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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우익의 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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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신교 우익청년대중운동의 형성
‘십알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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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이나 ‘알파팀’-‘한국자유연합’ 사건 등은 극우 개신교인들
이 한기총 같은 압력단체로서나 광장의 ‘기도회 정치’ 또한 단순한 선전을 넘
어, 상대적으로 ‘젊은 감각’의 기층조직을 갖고 정권이나 국정원의 여론조작의
‘행동대장’ 역할까지 조직적으로 해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일례로 전 『조선
일보』 기자이자 최근(2017)까지도 교회와 에스더기도운동의 지저스 아미 컨
퍼런스에서 북한, 안보, 인터넷 선교(전략) 등을 강의하며 종북 타파를 역설하
던 김성욱 씨가 국정원의 민간 비선조직 ‘알파팀’의 리더로 밝혀졌다. 그는 국
정원과 알파팀이 개입하고 지원한 극우 개신교 청년단체 ‘(사)한국자유연합’의
창립자이기도 하다. 그는 국정원에 ‘우파 청년 대학생 육성’ 사업을 제안했고,
자신이 대표로 있던 폭력 성향의 극우 행동단체 ‘무한전진’을 한국자유연합에
통합시켰다.
16
『한겨레21』 보도에 따르면 “실제 김 대표는 『한겨레21』과의 통화
에서 알파팀을 만든 이유에 대해 ‘우익청년들을 양성해 우익논객으로 만들려
했다’고 말했다. 김 대표가 애초 청년들을 끌어모으는 데 활용한 논리는 ‘기독
교 복음 전파를 통한 북한 재건’이었다. 이를 위해 김 대표는 우익청년들 가운
데 기독교 신앙이 투철한 이들만 선별해 팀을 꾸렸다. 애초 팀원으로 합류했지
만 ‘기독교 신앙이 투철하지 않다’는 이유로 탈락한 이들도 있다. 알파팀 내부
에서 주고받은 전자우편을 보면 김 대표는 우익청년들로부터 ‘종교적 지도자’
로 대접받았다.”
17
알파팀원의 증언에 따르면 “알파팀 이후 여론조작 조직은 댓
글을 달거나 게시글을 퍼나르는 것이 주였지만, 우리는 직접 글을 썼고 같은
15 김용민 씨가 작명한 ‘십자군알바단’의 줄임말. 운영자는 윤정훈 목사(오륜교회)였다. 이와 관련하여 새
누리당 대선캠프의 ‘SNS 미디어 본부장’ 명함이 발견되고 자금 지원도 받았음이 밝혀졌다. 2013년에 선거
법 위반으로 비교적 가벼운 처벌을 받았으나 수사가 확대되지는 않았다. 윤 목사는 한 TV토론회에서 했던
“한국은 동성애 청정국” 발언으로 알려져 있다. 안희환 목사(예수비전교회, 한국인터넷선교네트워크, 밝은
인터넷세상만들기운동본부)와 함께 기독교씽크탱크를 운영했다.
16 『한겨레』, 2017. 4. 17; 『한겨레21』, 2017. 5. 1.
17 『한겨레21』, 2017. 4.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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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념을 공유해 행동하고 실천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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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사례들은 개신교 우익 조
직이 광장정치의 동원력만이 아니라, 온라인 여론조작을 비롯한 다양한 대중
전략을 쓰고 있으며 또 그럴 능력이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는 또한 극우
청년들이 정권과 국정원에서 이용할 만한 행동력과 적극성, 극우이념에 대한
충실성이 있음을 방증한다.
2. 극우 개신교 대중운동 활성화의 문화적 조건
1) 지식-교육 인프라와 반동성애 담론
극우 선교단체뿐만 아니라 주류 복음주의 교회도 주로 평일에 이루어지는
교회 내 평신도 및 청소년 교육 프로그램(예컨대 제자훈련이나 세계관학교)의
인프라와 노하우를 활용해 반공-애국주의와 반동성애 담론을 일상 속으로 퍼
뜨리고 있다. 이러한 지역 교회에 극우 선교단체들과 극우 지식인들은 강사진
을 제공하며 극우담론을 대중화시킨다.
19
예컨대 대표적인 복음주의 대형교회
인 사랑의교회에서는 ‘정감운동’ 프로그램(정감은혜학교)의 일환으로 대표적
인 반동성애운동가 길원평 교수(바른성문화를위한국민연합 대표, 성과학연구
협회, 부산대 물리학과)와 국회의원 이혜훈 씨 등을 비롯한 여러 강사들을 초
18 『한겨레21』, 2017. 4. 25. <JTBC 뉴스> 2017.4.17 기사를 참조하라.
19 김지연 약사(차세대바로세우기학부모연합 및 한국가족보건협회의 대표, 성과학연구협회)는 온누리교
회 차세대 본부장 노희태 목사와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동성애] 심각성을 어른들이 차세대
들에게 교육하여 차세대들이 동성애에 대해서 정확하게 알아야 합니다. 동성애를 올바르게 교육할 수 있
는 곳은 지금으로서는 교회밖에 없습니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동성애의 보건적인 문제점, 동성애 법제
화의 부당성과 문제점에 대해 깨우치는 정보 공유와 교육, 세미나, 포럼이 활성화되어야 합니다. 목회자가
할 수 없다면 전문 강사를 초빙해서라도 교육해야 합니다”(『온누리신문』, 2017. 2. 22). 그는 지방경찰청 신
우회와 육군3사관학교 성교육 강사로도 위촉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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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우익의 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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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신교 우익청년대중운동의 형성
청해 <동성애를 올바로 바라보기 위한 성경적 성정체성 강좌>(2015)를 열었
고, 교회와 군대에서도 탈동성애 다큐멘터리 영화 <나는 더 이상 게이가 아
닙니다>(감독 김광진)를 상영하고 감독과 대화의 시간(2016)을 갖는 등 반동
성애 확산에 힘쓰고 있다.
20
역시 복음주의 대형교회인 온누리교회에서도 영
화 상영과 차별금지법 무산을 위한 기도회를 함께 진행했다.
21
온누리교회의
세계관 학교나 부모교실에서도 반동성애 주장이 근본주의 세계관과 함께 교
육되고 있다.
22
주지하다시피, 종교의 정치세력화의 원조 격은 군부독재정권이 기획한 한
기총이나 민주화 이후 종교 뉴라이트(기독교사회책임)와 기독교정당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개신교 우파대중운동의 형성에서 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미디
어와 SNS를 비롯한 온/오프 미시 동원조직과 대중 교육 프로그램이다. 이 장
치들은 반동성애 담론을 중심으로 묶여 있는 극우적 세계관과 가치를 대중의
일상에 유포하는 중요한 수단이다. 실제로 개신교 지식인들은 동성애에 대한
교회의 입장을 대중들에게 설득력 있게 호소하기 위해 생명과학자, 법률전문
가, 미디어전문가로 구성된 변증적인 미디어 운동을 주문하고 있는데,
23
2010
년 이후 관련 단체와 교육 프로그램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미시 동원 기구나 일상 신앙교육 프로그램, 미디어를 통한 반동성
애 담론의 유포 문제가 중요한 까닭은 동성애가 그 자체로 의미화되는 것이 아
니라 맑스주의〓공산주의〓주체사상〓종북 개념과 동일한 것으로, 동시에 애
국과는 반대되는 것으로 계열화되면서 그것에 대한 반대가 우익정치와 가치관
20 2016년 사랑의교회 마하나임 선교회는 논산훈련소를 방문하여 4,000여 명의 훈련병과 함께 예배를 드
리고 <나는 더 이상 게이가 아닙니다> 상영과 강연을 진행했다. http://ww w.kairosn.com, 2016. 3. 22.
21 <뉴스앤조이>, 2016. 2. 1.
22 『온누리신문』, 2016. 5. 22.
23 2013년 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 주최 ‘생명윤리세미나: 동성애와 차별금지법안’(장소: 사랑의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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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핵심 요소가 되기 때문이다. 이른바 ‘종북 게이’ 표현은 혐오의 대중적 확산
과 극우 이데올로기의 일상화를 노리는 언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서 개신교
는 두 담론을 접합(articulation)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이는 보다 쉽게 혐오할
수 있는 익명적 대상인 성소수자—특히 남성 동성애자—를 기존 반공주의 이
데올로기와 결합하고, 애국보수-국가주의 프레임 안에서 대중을 설득함으로
써 보수 기득권 세력을 확장하려는 헤게모니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24
또한 동
성애 혐오는 다양한 개신교 내부뿐만 아니라 종교 간의 차이와 갈등을 극복할
공동의 ‘적’으로서도 유용하다.
25
이러한 반동성애 기조의 개신교 지식-교육 인프라는 동성애를 ‘사회적 위
험’으로 간주한다. 2007년 차별금지법 제정 문제로 인해 보수 개신교와 인권단
체의 대립이 첨예화된 이후부터, 보수 개신교는 성경에 근거한 신앙 논리만큼
이나 동성애를 ‘인정’했을 때에 미치는 사회적 (부정적) 파급 효과를 더욱 강
조하기 시작했다.
저는 성도들을 대상으로 먼저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성도
들이 동성애에 대한 명확한 지식을 가질 수 있도록 교육이 이뤄져야 하며, 한
명의 성도가 국민 3~4명은 설득시킬 수 있어야 승산이 있는 국가적·영적 전
쟁임을 강조합니다. 어느 장소에서든 명확하게 동성애의 문제점을 당당히 설
명할 수 있도록 교육이 되어야 하며, 일반인들을 설득하려면 건강과 보건, 경
제와 세금으로 접근을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은 에이즈 환자 1인당 5
24 김진호는 이러한 한국인의 ‘마음의 제도’를 지배하는 혐오나 증오가 젠더화된 가부장제적 ‘과잉 남성
성’을 가진 교회에서 (재)생산된다고 보았다. 김진호, 「한국 개신교 반공주의와 ‘증오의 정치학’」, 『모멘툼』
1권, 2014. 김나미는 이를 “헤게모닉(주도적) 남성성”으로 설명했다. 김나미, 「한국 개신교 우파의 젠더화된
동성애 반대 운동」, 『말과활』 7호, 2015.
25 한채윤, 「왜 한국 개신교는 ‘동성애’를 증오하는가?」, 『인물과사상』 213호, 2016, 114-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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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 원이 넘는 평생치료비를 국가에서 부담하고 있는 특별한 나라인데 이 돈
은 고스란히 세금폭탄이 되어 전 국민에게 돌아올 것임을 강조해야 합니다.
동성애 합법화를 저지하기 위해 국민계몽에 나서야 하며 법률단도 만들어져
야 합니다.
26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시민단체나 임의단체를 설립하고 미디어를 적극적으
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이 전략은 최근 더욱 정교화되는 모습을 보인다. ‘에이
즈 질병담론’과 (유사)과학적 논문들, ‘사회의 건강’이나 행복담론, 경제적 효용
(사회적 비용), 세금, 인구-결혼-출산 담론 등을 동원하여 대중에게 설득력을
갖고자 노력한다. 예컨대 반동성애 지식담론을 생산·유포하는 대표적인 단체
인 바른성문화를위한국민연합의 대표 길원평 교수는 최근 “동성애에 대한 기
독교세계관적 고찰”(2014)이라는 논문을 국내 최대 기독교학술단체인 (사)기
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의 기독교학문연구회에서 발표하고 같은 학회의 학술등
재지 『신앙과 학문』에 게재했다. 건강한사회를위한국민연대도 자신들이 동성
애 등으로 ‘한국사회의 육체적·정신적·영적 건강’이 ‘위기’에 처하고 ‘위협’받
는 상황에 대한 ‘책임감’으로 만들어진 단체임을 강조한다.
양대 단체 모두 ‘청소년 보호 담론’을 등장시켜 일반 시민들의 공감과 동의
를 얻어내고자 한다. 학생인권조례 반대와 대중문화의 동성애 소재가 청소년
유해물임을 주장하는 논거도 동성애 확산으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하자는 데에
있다. 아울러 가족(제도) 및 재생산(출산)에 대한 위협과 그로 인한 저출산, 인
구 감소, 고령화 사회, 국가경쟁력, 민족의 쇠락, 망국의 길이라고 말함으로써
동성애가 ‘사회적 문제’임을 부각한다.
27
더 나아가 개신교 학계에서는 ‘결혼과
26 이용희, <선교타임즈>, 2015년 8월호.
27 이 단락은 필자의 이전 발표문 「광장에 선 호모 포비아?: 후기 세속사회 공론장에서의 공공성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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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을 세우는 연구모임’
28
을 발족하고, 정신과 전문의, 보건대 간호학과 교수,
변호사 등을 강사로 내세워 성교육 강사 훈련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한국성과
학연구협회도 창립했다.
29
최근에는 이성애 가족 규범을 지키고 ‘동성애 법제
화’에 대응한다는 취지에서 국제 네트워크를 동원한 ‘생명, 가족, 효 컨퍼런스’
를 열고 반퀴어 퍼레이드까지 하는 등 국제적 연대와 문화적 퍼포먼스를 강화
하고 있다.
30
이러한 개신교의 대중 교육 인프라는 한국의 사회와 정치의 전반
적인 퇴보의 환경을 조성하는 것인지 모른다.
2) ‘네오-맑스주의’ 문화전쟁
잘 알려진 대로, 보수 개신교의 민중적 기반, 그리고 이와 연계되어 벌어진
지난 “30년간 보수 헤게모니의 지속적 확장”
31
의 역사는 매우 방대하다. 각설
하고 박정희 정권 때부터만 보더라도 개신교는 근대화(산업화, 도시화)의 고통
제3회 카이로스 포럼 자료집, 2014를 수정, 인용한 것임을 밝힌다.
28 기독교학 문연구회/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와 한 동대학교 학문과 신앙연구소 는 공동으로 “동성혼 과
한국교회의 과제”라는 주제로 2015, 2016년 두 번에 걸쳐 학술 발표회를 개최했다. 이 바탕 위에서 이들은
“이성간 일부일처제 결혼 내의 성관계만을 지지하며, 동성애 등의 왜곡된 성행위는 반대”를 천명하고, 미국
을 포함해 많은 국가들에서 동성혼이 허용된 이유가 “많은 전문가 그룹과 학술단체에서 동성혼의 합법화
에 동의했기 때문”이라는 문제의식하에서 “동성혼의 폐해 등”의 연구를 “지원”하고, “관련 전문가들의 네
트워크 구축과 조직화 및 관련 전문 자료의 제작, 보급 및 체계화”를 목적으로 2016년 기독교학문연구회
춘계학술대회에서 창립총회를 가졌다. 법률, 신학윤리, 심리상담, 과학, 의학, 미디어의 6개 전문 분과와 그
외의 모든 분야를 아우르는 통합 분과 등 7개의 전문 분과를 운영한다((사)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홈페
이지 공지사항, 2016. 4. 16).
29 회장 민성길 교수(연세대학교 의대 명예교수, 신경정신과 전문의)와 길원평 교수, 김지연 약사, 이태희
변호사(목사, 『동성애가 바꿔버릴 세상, 세계관 전쟁』 저자, 윌버포스아카데미 대표) 등이 주축이다.
30 한국교회동성애대책협의회는 2017년 6월 2일, 국회 대회의실에서 <서울 글로벌 패밀리 컨벤션 대회: 생
명, 가정, 효 컨퍼런스>를 열고, 3일에는 1만여 명의 참가자들과 함께 서울광장 퍼레이드를 진행했다(<국민
일보>, 2017. 6. 2).
31 강인철·박노자, 「[한국의 ‘보수세력’을 진단한다(1)] 한국종교의 보수성을 어떻게 볼까」, 『창작과비평』
44권 1호, 2016, 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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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위로하고 부조리를 봉합 또는 해소하는 언어뿐만 아니라 산업화에 걸맞은
(노동-삶) 윤리
32
를 민중에게 제공했다. 다른 한편, 민주적 가치에 대한 열망을
제도교회의 민주적 장치(예컨대 장로 선출 제도, 여성 집사 리더십 활용) 내부
로 제한하면서도 전근대사회의 유대를 대체하는 새로운 유대와 공동체를 만
들어주었다. 박정희가 정권의 정당성을 선전하기 위해 지원한 한국대학생선교
회(CCC, 설립자 김준곤 목사)의 <엑스플로 74 대회>는 빌리 그레이엄 목사로
대표되는 미국의 근본주의적 (신)복음주의 신앙습속을 세속적 (경제) 발전주
의와 종교적 발전주의(번영신학)와 함께 내면화하는 계기를 표상한다. 아울러
국가조찬기도회와 전두환 정권기 한기총의 탄생은 개신교 주류 신앙의 정치적
승인 또는 정치제도화를 확립했고, 정교 야합의 경로를 본격적으로 열었다. 이
과정에서 개신교는 종교 시장에서 타종교에 비해 권력과 자원, 연결망의 상대
적 우위를 점함으로써 훗날 단순한 정치세력화를 넘어선 ‘정치종교(political
religion)’의 조건을 마련했다. 강인철의 정의에 따르면, 정치종교는 정교 분리
로 탈종교화된 세속국가의 현실이 역설적으로 빚어내는 국가나 정치적인 것
의 종교화, “국가의 자기성화/신비화/숭배/우상화/절대화 경향”이다.
33
부르디
외 식으로 말하자면, 세속국가는 모든 형태의 정당성을 독점하고 신성화하는
32 예컨대 새마을운동, 특히 주민 참여나 거버넌스 차원에서 개신교의 역할은 한국사회의 보수성과 기층
민중의 특정 이데올로기적 편향성이나 아비튀스를 설명하는 데 중요하게 다루어야 할 부분이다. 이 운동
의 공식 제안자인 류태영(박정희 대통령 비서실 새마을운동 담당, 전 건국대 부총장)은 기독교정신으로 국
민의식 개혁운동에 성공한 덴마크와 유대교 시온주의 운동으로 국민통합과 개척자 정신을 발휘한 이스라
엘을 따라 “새마을운동이 정신계발을 목표로 하는 ‘새마음운동’”이며 “정신개혁운동”임을 밝히고 있다.
류태영, 「새마을운동의 발상과 기독교정신」, 『한국사회의 발전과 기독교』, 예영, 2017, 221-246. 기본적으
로 개신교는 ‘조국 근대화’를 종교적 사명으로 이해했고 새마을 정신(근면, 자조, 협동)과 개신교 윤리를
일치시킨 새마을운동의 조력자였다. 이유나, 「새마을운동에 대한 개신교의 태도: 1970년대 초반 개신교계
신문을 중심으로(요약본)」, 『한국기독교역사연구소소식』 107권, 2014, 9-11. 한편 김건우는 최초의 민간
단위 사회개조 모델로서 김교신의 제자였던 류달영이 주도한 재건국민운동이 새마을운동의 원형으로서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한다. 김건우, 『대한민국의 설계자들』, 느티나무책방, 2017.
33 강인철, 「종교가 “‘국가’를 상상하는 법: 정교분리, 과거청산, 시민종교」, 『종교문화연구』 21권, 2013, 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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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기구나 다름없고, 다양한 세력이 상징권력을 놓고 투쟁을 벌이는 장일 수
밖에 없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개신교 극우 대중운동은 단순히 제도권력이
나 자원의 획득을 추구하는 제도종교(교단) 차원의 종교권력화나 ‘정치화된
종교’가 아니라, 국가 자신을 신성화하려는 또는 신성한 가치들을 독점하려는
세속국가와 공모하면서도, 정치를 종교화함으로써 궁극적으로는 국가의 신성
성을 접수(독점)하려는 기획이다. 바로 ‘애국 기독교’는 반공주의와 자유민주
주의로 표상되는 대한민국 및 미국의 신성성에 대한 극우 개신교의 신앙적 동
일시를 상징한다. 극우 개신교는 대한민국이 북한 정권과 주체사상을 경쟁종
교처럼 대하는 ‘정치종교’ 국가가 되길 원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들에게 남북
한의 체제 경쟁, 이념 투쟁은 여전히 생생한 현실이다.
이 시기에서부터 정권은 신앙(교회)의 정치적(이데올로기적) 유용성을, 교회
는 정치의 복음화(신성화) 가능성을 보았다고 할 수 있다. 김준곤 목사의 ‘민족
복음화’의 꿈은 에스더기도운동(대표 이용희 교수)의 극우 정치세력화로 이어
졌다. 에스더기도운동의 초대 고문이 김준곤 목사였다는 사실은 에스더기도운
동본부를 위시한 개신교 우파대중조직이 종교민족주의의 관점에서 정치를 인
식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종교민족주의는 세속적 민족주의가 도덕적 규범성이
약해 보인다는 사실에 불만을 가지며, 세계가 전 우주적 대립 속에 갇혀 있다
고 인식하고, 적을 ‘사탄화’한다.
34
이들에게 도덕적 질서에 대한 종교적 전망은
세속질서의 대안이며 종교적 행동주의자들은 스스로를 정치적 구원의 우주적
드라마에서 전사라고 여긴다.
이처럼 ‘마니교적 세계관’이나 ‘영적 전쟁’, ‘선민의식’은 개신교 근본주의의
특징으로 (부시의 ‘악의 축’ 발언 덕분에) 너무나 잘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이러
34 Mark Juergensmeyer,
The New Cold War?: Religious Nationalism Confronts the Secular State
(Berkeley: University of California Press), 1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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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이분법적 세계관은 “성스러운 반공주의”에서도 잘 나타난다. “반공주의 자
체가 국가나 민족을 성화하는 ‘신성한 담론과 실천의 체계’”이며
35
“공산 주의
와 기독교의 대립은 ‘악마와 천사 간의 전쟁’으로 발전”하고, “반공투쟁은 곧
기독교수호투쟁”이 되며, 이 투쟁에 나선 기독교 신자들은 “성전에 참여한” “십
자군”과 “순교자”가 된다.
36
이 ‘영적 전쟁’ 프레임은 1990년대부터 주류 개신
교 교회 내에서 확산되었다. 소위 ‘뉴에이지’ 비판 담론은 기독교 문화관의 대
중적 판본으로서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 담론의 영향력은 개신교 극우
청년단체에서도 확인이 가능하다.
(…) 뉴에이지 영을 기준으로 민족을 들여다보면요, 전 세계적으로 악한
영이 역사하고 있어요. 왜냐하면 적그리스도 오실 길을 예비하고 있는 거예
요. (…) 특별히 우리 민족, 이스라엘도 그렇지만 특히 우리 민족 가운데 아
주 강력하게 역사합니다. 왜냐하면 우리 민족의 부르심 때문에 (…) 이미 북
한은 소규모의 적그리스도 체제를 겪고 있어요. (…) 적그리스도가 설칠 그때
에 우리 민족의 부르심이 있어요. (…) 김일성, 지가 하나님 자리에 앉아 있잖
아요 (…) 대한민국 사회도 선과 악의 구별이 뉴에이지 때문에 박살나가지고
요. 악을 악으로 못 봐요. 이게 적그리스도가 등장하는 방법이에요. 이미 배
도의 길을 가고 있어요. 진리가 아니라. (…) 하나님의 언약을 깨뜨려버리려고
하는 저 북한 정권을 다 편들고 그게 좋은 거고 그게 사랑이고 그게 구제하
는 거고 그게 평화고.
37
35 강인철, 「한국 개신교 반공주의의 형성과 재생산」, 『역사비평』 70호, 2005, 46.
36 강인철, 『한국기독교회와 국가/시민사회: 1945-1960』, 한국기독교연구소, 2003, 216.
37 박성업 강연영상,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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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도 『동성애가 바꿔버릴 세상, 세계관 전쟁』(이태희, 2016, 두란노서
원), 『동성애의 사상적 기반』(박서영, 2017, 하야북) 등이 출간되었는데, 이 담
론의 기원은 1990년대 근본주의적 복음주의에까지 소급할 수 있다. 예컨대
1990년대에 많은 영향력을 끼친 문화선교단체 낮은울타리(대표 신상언)의 관
점은 대중문화를 ‘뉴에이지’라는 사탄의 영적 전략으로 이해하는 것이었다. 이
러한 종교적 세계관과 ‘영적 전쟁 프레임’은 보수 개신교 진영에서 꾸준히 재생
산되며 보다 극우적인 개신교의 저변이 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보수 개신교나 복음주의 우파가 정치세력화를 꾀하는 이유는
주로 교회의 양적 성장 정체나 감소, 공신력의 추락, 사회적 위상 및 특권 감소
라는 위기에 따른 상대적 박탈감으로 설명된다.
38
즉 교세 감소를 만회하고 사
회적 위상의 복원과 더 나아가 확대를 추구하기 위한 생존 동기라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혐오정치는 교회(그리고 사회)의 내부적 위기요인을 외부의 탓으로
돌리는 일종의 ‘희생양 만들기’
39
이면서 또 종교적 세계관이나 가치의 위기와
정체성 위협에 대한 ‘수세적 반격’
40
또는 ‘문화적 방어’이기도 하다. 이 기제들
은 종교 행위자로 하여금 단순한 이익추구와 권력지향뿐만 아니라 강력한 인
정투쟁의 동기화를 추동하고, 특정한 종교적 믿음은 정체성 위협에 대응하는
인정투쟁의 자원이 되기도 한다.
41
한국 보수 개신교의 정치세력화와 사회 참여 양상이 1970년대 미국을 기독
38 강인철, 『민주화와 종교』, 한신대출판부, 2012; 신재식, 「한국 개신교의 현재와 미래」, 『한국종교학회』
68권, 2012, 87-113; 조창연, 「한국사회의 변화에 따른 개신교의 변화와 그 이념적 분화」, 『신학과 사회』
5월호, 2009, 243-278; 최종철, 「한국기독교교회들의 정치적 태도, 1972-1990」, 『경제와사회』 가을호,
1992, 225-241.
39 엄한진, 앞의 글, 80-117; 나영, 「보수 개신교계의 생존 전략: 미군정에서 2010년 이후 행동 그룹까지」,
<슬로우뉴스> 2015. 7. 14.
40 류대영, 「2천년대 한국 개신교 보수주의자들의 친미 반공주의 이해」, 『경제와사회』 62권, 2004, 54-81.
41 Jürgen Habermas, The Future of Human Nature (Cambridge: Polity, 2003), 10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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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국가로 만들기 위한 대중정치참여 운동인 기독교신우파(the Ch r ist ian New
Right)나 제리 폴웰(Jerry Falwell)의 도덕적 다수(the Moral Majority), 팻 로
버트슨(Pat Robertson)의 기독교연합(Christian Coalition) 등이 등장했던 맥
락과 유사하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42
낙태, 동성결혼, 공립학교에서 진
화론 교육 등 1960년대 세속주의와 인권운동의 문화충격 때문에 생겨난 위
기의식으로 미국 복음주의가 우파정치를 지지하게 된 것이다. 이른바 ‘문화전
쟁’(Culture War)
43
프레임은, 앞서 설명한 ‘영적 전쟁’ 프레임과 동일한 것인
데, 객관적 위기에 문화적·상징적·감정적 해석을 부여함으로써 개신교 우익
의 행동주의를 견인한다. 즉 교세 감소나 사회적 신뢰도 감소 지표라는 객관
적 인식만으로 우익대중의 행동주의가 추동되는 것은 아니다. 위기(지표)를 대
중의 ‘사회적 상상’이나 박탈감, 혐오와 같은 정서로 변형시키고 내재화시키는
과정이 필요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개신교의 매개, 해석, 증폭의 기능과 행동
주의의 동력이 드러나는데, 반동성애 담론과 종북담론(반공주의)은 교세 위기
와 국가적 위기, 사회적 위기와 종교문화적 가치의 위기 모두를 설명할 수 있는
요인으로서 부각된다. 이 담론들은 단지 관념적 사상으로서가 아니라 혐오와
두려움이라는 감정과 실천 감각의 양태로 신자들의 일상에 착근된다. 결과적
으로 한국 보수 개신교는 교세 감소가 사회의 좌경화와 포스트모더니즘—세
속화, 다원주의, 상대주의, 해체주의, 페미니즘, 퀴어이론 등—이라는 반기독교
적 조류 때문이라고 생각해왔다. 그리고 ‘동성애 문화’와 ‘성정치 이데올로기’
42 미국 개신교 우파의 정치세력화에 대해서는 정태식, 「기독교 재구성주의의 미국 국가주의의 형성과 복
음주의 정치화와의 관계에 대한 종교사회학적 일고찰」, 『신학사상』 174호, 2016, 113-152; 정태식, 『거룩한
제국: 아메리카, 종교, 국가주의』, 페이퍼로드, 2015; 이진구, 「미국의 문화전쟁과 ‘기독교미국’의 신화」, 『종
교문화비평』 26호, 2014, 79-115; 배덕만, 『미국 기독교 우파의 정치운동』, 넷북스, 2007을 참조하라.
43 James Davison Hunter,
Culture Wars: The Struggle to De ne America
(Basic Books, 1991). 한국
개신교 우파 이념의 미국적 기원에 대해서는 류대영, 「한국 기독교 뉴라이트의 이념과 세계관」, 『종교문화
비평』 15호, 2009, 43-71을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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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교회와 사회를 ‘세속화’(탈기독교화)하고 ‘성해방’ ‘성혁명’을 해서 세계를
전복시키려는 ‘네오-맑시스트’의 문화혁명 전략이고, ‘성소수자’라는 용어는
‘네오 맑스주의’에 맞게 변형된 용어라고 보고 있다. 또 인권, 나눔, 포용, 배려,
사랑, 평등, 정의, 차별금지법, 페미니즘, 젠더/퀴어 이론 모두 한국사회를 전복
하고 적화하려는 공산주의자들의 기만전술에 불과하다.
44
결과적으로 교세 감
소와 ‘세속화’는 교회의 공적 의의를 폄하시키는 공산주의자들의 음모 때문이
라는 것이다.
45
문제는 개신교 우익들은 이러한 주장을 단지 종교 문제가 아니
라, 국가적·사회적·국제적인 문제로 부각시킴으로써 한국사회 일반에 우익 논
리를 제공하게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이들이 주장하는 ‘나눔’이란 예를 들어서 불법 체류자도, 난민도 내국인
들과 똑같이 복지 혜택을 나눠야 한다는 것입니다. 국민은 세금을 내고 의무
를 다하고 그에 상응하는 복지를 받는 것이지만 불법 체류자, 난민은 그 어떤
의무나 책임은 다하지 않는데도 똑같은 복지를 받아야 하고, 만약 이 혜택을
쟁취하지 못하면 인권변호사에게 달려가라고 가르칩니다. 결국 서구사회가
난민을 ‘나눔’ ‘인권’이라는 이유로 무분별하게 받아들여 국고가 탕진되고,
난민들이 폭동으로 치안질서가 파괴되는 위치에 처해 있습니다. 그러나 막시
즘은 근본적으로 국가소멸론을 주장하고 있으므로 자본주의의 국가가 망하
44 김영길(바른군인권연구소 대표), 『기독일보』, 2016. 12. 14; 소강석 목사(설교 전문), <뉴스파워>, 2015.
6. 1; 이용희 교수, <뉴스윈코리아>, 2016. 12. 21; 조우석 주필, <미디어펜>, 2015. 10. 8; 이태희 변호사, 『동
성애가 바꿔버릴 세상, 세계관 전쟁』, 두란노서원, 2016, 박서영 법무사, 『동성애의 사상적 기반』, 하야북,
2016; 안드레아 윌리엄스 변호사, 『국민일보』, 2017. 2. 22 등도 동일한 주장을 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주
장은 1990년대에 이미 신국원 교수(총신대학교, 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의 글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성
정치이론의 한계와 기만」, <성정치 반론 심포지엄 “성정치, 그 기만을 넘어서”>, 서강대학교 기독인 연합 주
최, 기윤실 대학생위원회, 문화전략위원회 주관, 1996. 10. 1.
45 김진호, 「1990년 이후 한국 개신교의 정치세력화 비판」, 『진보평론』 67호, 2016, 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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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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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우익의 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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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신교 우익청년대중운동의 형성
는 것을 전 세계가 하나가 되는 공산주의가 완성되는 과정으로 보기 때문에
전혀 문제 삼지 않습니다.
46
이렇게 동성애와 좌파의 존재는 국가와 인류 문명 전체의 위협으로 재현
된다.
3) 우익 성향의 감정 구조와 반지성주의
앞서 서술했듯이, 문화 전쟁이나 영적 전쟁 프레임은 정서적으로 작용한다.
여기에 더하여 개신교나 우파의 사회적·도덕적 일탈에 따른 사회적 위상 하락
의 원인은 부정적인 감정을 매개로 타자에게 전가된다. 아래의 사례들에서도
우리는 우익기독청년들의 ‘좌파’ 인식에 개입되어 있는 특별한 감정선을 읽어
낼 수 있다. 이들의 발화에서 확인할 수 있는 감정은 일종의 피해의식이자, 박
탈감이나 모욕감(모멸감)과 유사한 것으로 보인다. 가령 ‘개독교’라는 사회적
비난에 대한 반발심과 억울함이 보수적 개신교인들에게 상당히 크다는 사실
을 확인하는 일은 어렵지 않다. 이 감정은 분노, 혐오와 연결되어 개신교 우익
대중의 행동주의와 반지성주의를 추동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젊은이가 ‘보수’라고 말하면 ‘개념 없다’라고 돌팔매질 당하는 좌파독재
세상에서 일베가 총대를 멨다. (…) 청년 우파는 좌파가 비난하는 소위 “우파
수구”의 자식들이 아니다. 오히려 ‘젊은 보수〓개념 없음’의 공식이 지배하는
우리 사회에서 자유를 외치는 자유주의자들이다. ‘나는 여당에 찬성합니다’
‘좌파는 잘못되었습니다’라고 말도 꺼내지 못하게 하는 그들의 강요에 당당
46 박서영, 『동성애의 사상적 기반』, 하야북, 2016, 85. 박서영 법무사는 서울지방경찰성 신우회에서도 강
연한 바 있다(같은 책, 41, 사진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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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게 저항하는 진짜 진보인 것이다.
47
뭘 딱 얘기하고 선포하려고 하면, 공부 많이 하신 분들이 그러시더라고
요. 그것도 신학공부를. 확신하면 안 된대요. (…) 인본적으 로 봤을 땐, 얼마나
겸손한 거예요. (…) 진보, 보수 가치와 상관없어요. 주님은 주님이세요. (…)
종북좌파 그리스도인 (…) 대화가 안 돼요. 왜 대화가 안 되냐. 기본적으로 이
들이 터 잡고 있는 게 몇 가지 있어요. 이단들이요. 악한 영이 붙잡고 있는 건
데. (…) 악한 영이 붙잡을 수 있는 장소 제공을 죄나, (…) 터를 내줘야지만
귀신이 딱 붙잡을 수 있잖아요. 마찬가지예요. 보통 이단들 (…) 공통적으로
붙잡고 있는 터는 뭐냐면, 지식적 교만입니다. (…) 또 다른 건 뭐냐면 불만이
에요. (…) 현 정부에 불만이 있던 세력에 귀신이 가서 붙잡은 거예요. (…) 진
리에 대한 사랑이 행동의 동기가 아니라, 기득권에 대한 증오, 권력에 대한 미
움이 그들의 동기예요. (…) 그걸 깨닫게 해줘야 해요. (…) 성경말씀 이렇게
얘기하는데, [종북좌파 그리스도인이—필자] 꼭 하는 얘기가 있어. ‘공부 더
해와 임마’ ‘네가 몰라서 그래 임마, 공부를 하라고’ (…) 지식적 교만이 이렇
게 와요. 똑같은 성경 구절을 보고도 우리는 성령을 따라서 이렇게 해석하는
데 그들은 혼미케 하는 영을 따라서 다르게 해석하죠. ‘나[종북좌파 그리스
도인—필자]는 네가 모르는 이걸 알고 있어, 임마’ 이게 지식적 교만이 돼서
딱 붙잡고 있는 겁니다. (…) 공부해서 알 거면, 우리가 신천지도 아니고. 주님
께서 은혜로 알려주시는 거지. [아멘!—청중] 공부하래 자꾸.
48
더 나아가 같은 기독교인들에 의해서도 박해를 받게 된다고 주장한다. 같
47 강유화, <뉴데일리>, 2015. 12. 22.
48 박성업 강연영상,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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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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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우익의 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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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신교 우익청년대중운동의 형성
은 기독교인에 의해 ‘보수꼴통’ ‘대화 안 통하는 인간’ ‘사랑없는 자’로 취급받
아 ‘박해받고 죽임을 당한다’는 것이다. 특히 이들에게 차별금지법은 종교의
자유가 박탈되는 종교 탄압의 시대를 예고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이들에게 좌
파란 자신들에게 모욕과 핍박을 주는 존재이다. 다시 말해 우익청년들은 자기
에게 모욕감을 느끼게 해주는 상대를 ‘좌파’로 인식한다고 말할 수 있다. 이들
은 좌파적 지식에 대한 무지를 수치심보다는 모욕감으로 느끼는 듯하다. 모욕
감이란 “상대방이 나를 대하는 방식이 부당하다고 생각하면서 화가 나는 감
정”이며, 이로 인한 공감 능력의 회로가 끊어질 때 공격성이 극대화된다.
49
특
히 자신들의 무지에 대한 상대방의 지적은 분노를 일으키고 이에 상대방의
지식을 ‘교만’하거나 ‘힙’한 것으로 폄하하면서 반지성주의는 더욱 강화된다.
소위 “힙스터적 좌파”란 “노동자를 사랑할 것, 동성애를 지지할 것, 비정규직
을 옹호할 것, 정부를 비난할 것 등등. 몇 가지 정치 공식만을 ‘세련된 것’, ‘우
월한 것’으로 여기며 자신들을 마이러니티리그의 의식있는 비주류로 포장”하
는 자들이다.
50
이러한 생각은 청년들만의 것은 아니다. <조갑제닷컴>의 한 기
고문에 따르면, “정치 목사 및 신부는 (…) 젊은 사람들에게 국가권력에 순종
하는 것은 ‘수구꼴통’이요, 도전하는 것은 ‘쿨(cool)’한 것으로 가르쳐왔고, 현
재 많은 젊은이들이 그들에게 동조해온 비극적 상황이 벌어져왔다”는 것이다.
51
이들은 ‘지적 교만’이 ‘종북좌파 기독교인’의 특징이라고 생각한다. 영적 지
식을 깨닫지 못하는 종북좌파 기독교인들은 ‘진리에 대한 사랑이 아니라, 혼
미케 하는 영을 따라’ 불만, 증오, 미움이 많다. 그리고 종북좌파 그리스도인들
이 주장하는 사랑, 인권, 평화 같은 가치는 엘리트의 지식적 교만에 불과한 것
49 김찬호, 『모멸감: 굴욕과 존엄의 감정사회학』, 문학과지성사, 2014, 64.
50 강유화, <뉴데일리>, 2015. 12. 22.
51 황재범, 「기독교인이 애국주의자인 이유」, <조갑제닷컴>, 2016. 12.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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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 이것은 이들에게 단지 지식의 유무의 문제가 아니라 자존감의 문제이다.
반지성주의가 태도, 마음의 습속이라는 사실이 바로 우익 이데올로기의 감정
적 사태를 지시한다. 미국 반지성주의의 복음주의적 기원에 대해 기술한 호프
스태터(Richard Hofstadter)에 따르면 “‘반지성적’이라고 일컫는 태도나 사고
에 공통되는 감정은 정신적 삶과 그것을 대표한다고 여겨지는 사람들에 대한
분노와 의심이며, 또한 그러한 삶의 가치를 언제나 얕보려는 경향이다.” 그리고
이러한 태도와 “신이 부여한 것으로 여겨지는” “직관에 기초한 ‘지혜’를 선호
하는” ‘원시주의(primitivism)’는 쉽게 조응한다.
52
이 같은 피해의식과 반지성
주의적 정서는 극우 대중운동 확산의 종교문화적 조건이 된다.
3. 결론을 대신하여
보수 개신교는 추락한 사회적 위상을 회복하고 국가와 시민사회 차원에서
문화적 헤게모니를 갖는 공적 종교가 되고 싶어 한다. 이러한 욕망에 힘입어
보수 개신교는 90년대 사회참여 노선을 넘어, 2000년대에는 ‘정치적 행동주
의’로 나 아갔는데,
53
2010년 이후에는 보다 대중적으로 우익운동의 저변을 넓
힌 것으로 보인다. 여러 연구자와 활동가 들은 이런 현상에 주목하면서 “개신
교가 시민사회 속에서 진지를 구축해놓고 퇴행적 가치를 생산하고 전파함으
로써 보수 기득권 구조를 영속화하는 풀뿌리 조직의 역할을 하게 되지 않을
지 우려”하고 있다.
엄한진은 2003년 “친미반북집회”를 분석하면서 이미 극우 일반의 특징으
52 리처드 호프스태터, 『미국의 반지성주의』, 유강은 역, 교유서가, 2017[1962].
53 강인철, 『한국개신교와 반공주의: 보수적 개신교의 정치적 행동주의 탐구』, 중심,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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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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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우익의 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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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신교 우익청년대중운동의 형성
로서 희생양 만들기, 이론의 빈곤, 군국주의, 미디어의 중요성을 확인한 바 있
다. 그러면서 당시 “한국의 급진적인 우파는 소수집단의 배척을 체계적으로 주
장한다든지 비중 있는 대안 정치세력으로 존재하고 있지는 않”고, 개신교 보
수의 정치화에서 “종교적 파시즘”을 말하기는 어려운 “초보적 단계”라고 평했
다.
54
하지만 그로부터 십여 년 뒤, 우리는 더욱 극단적이고 체계적이며 전방위
적인 전략을 펼치는 대중운동 현상을 만났다. 반공주의뿐만 아니라, 소수자에
게 차별과 혐오를 강력하게 주장하고, 문화전쟁과 입법전쟁
55
뿐만 아니라, 통일
전쟁을 마다치 않는 극우세력이 탄생한 것이다. 개신교 우익단체들은 우익정권
과 공모해 기존의 반공주의와 새로운 동성애 혐오를 중심으로 청년대중의 사
회경제적 상황과 정서, 그들의 이념적 충실성과 불안, 피해의식과 반지성주의,
순진함과 행동력, 개신교의 신념 체계와 문화 구조, 그리고 교회와 국가권력기
구 등의 물적 장치들을 결합해 우익 헤게모니를 조립해내고 있다. 대중동원력
과 재생산 능력을 갖춘 네트워크, 대중적 확산의 토양을 다지고, 행동력 있는
운동을 만들어 내는 세력은 현실화된 것이다.
54 엄한진, 「우경화와 종교의 정치화: 2003년 ‘친미반북집회’를 중심으로」, 『경제와 사회』 62호, 2004, 80-
117.
55 『동성애가 바꿔버릴 세상, 세계관 전쟁』(두란노, 2016)을 쓴 이태희 변호사는 “‘세계관의 전쟁’으로 말
미암은 ‘문화 전쟁’은 최종적으로 ‘입법전쟁’ (권력 전쟁)의 형태로 진화”하게 될 것이라면서 미국과 영국의
모델을 따라 기독법률단 설립을 제안했다. <뉴스윈코리아>, 2016. 9.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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